숏리뷰, 직접 스포는 없지만 결말에 대한 암시가 있습니다
(브런치 가입 전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싣습니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대개는 어둡고 갇힌 이미지에서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 영화가 시각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러한 개념을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접근했다는 점이다. 제목부터 ‘하지절’을 상징하는 영화에서 초중반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난 주인공은 멀겋게 뜬 해를 보고 잠깐이겠거니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저녁 10시였다.
해가지지 않는 끝없는 벌판 한가운데서 영화는 견고한 집을 쌓아 올린다. 묵직한 건축 자체를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단지 주인공과 관객의 심정은 분양받은 새로운 집을 기다린다기 보단 자재 밑에 깔려서 서서히 무게에 짓눌려 끝을 가다리는 입장에 더 가깝다.
숨을 조여 온다. 이런 표현이 들어맞는다. 영화는 ‘어여 빨리 안오고 머하노!’ 같은 조바심을 내는 부분이 거의 없다. 심지어 빠밤~ 하고 포인트를 줄 수 있을 잔혹한 장면도 냉장고에서 저녁 반찬 꺼내듯 스윽 들이민다. 이런 등속 전개가 어둠이 사라진 끝없는 벌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니 숨이 턱턱 막히고 기가 빨린다.
사실 진짜로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두 시간 이십 분인데 공포영화로서는 길이가 꽤 긴 편이다. 재미를 떠나 갑갑하고 조바심이 났다. 이것보다 30분 더 긴 감독판은 차마 볼 엄두도 못 냈다.
그런 조바심의 끝에 다다른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섬뜩하지만서도, 빌드업된 캐릭터에 걸맞은 합당한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맺음에 대한 안도감이랄까 그런 느낌도 든다. 하긴, 그녀는 더 이상 ‘이승’에 미련이 없었을 것이다. 일단 돌아갈 곳이 없고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그녀의 집착만 남아... 그런 그녀를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차마 끊어내지 못하는 유약한 남자 친구에 대한 애증도 말라 붙었을 테니.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