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아마도 난 이 영화에서 제작자가 의도했을 부분에 대해 아주 조금만 챙겨 갔을 것이다. 군데군데 찢어진 이야기와 연극과 영화 연출의 혼재,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같은 과학으로부터 마술 편집 등등 장르를 아우르는 키워드들…
그래도 개 중에서 내가 재미를 느낀 부분은 일단 서사가 있는 이야기처럼 보였던 주인공의 과학 프로그램 제작 분투기였다. 이쪽도 디테일한 이야기를 의도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상징과 연계되는 걸까? 그런데 당장 내가 즐겼던 부분은 얼추 들어는 본 것 같은 방송가 소문들을 엮어 낸 듯한 ‘막장드라마에서 묘사했을 것 같은 전개’ 그 자체였다. KBS 주말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무개 둘째 딸이 PD라는 설정에서 묘사할 수 있을 법한…
왜 영화 속에서 그 부분밖에 얻지 못했냐면 이 영화에 사용된 다른 테크닉들이 나에겐 너무나 폐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냥 주인공이 몸담은 세계가 폐쇄적이면 니똥굵다고 해 줄 수도 있을낀데 (물론 이것도 묘사가 멋지게 된다는 전제 하에) 영화가 진행될수록 범위가 점점 좁아져 점점 주인공만을 위한, 주인공에 대한 해석에 갇히는 세계가 되어 버린다.
물론 여러 가지 떡밥을 통해 주인공의 상황이라던가 어떤 심리인가를 상상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영화 속에서 열심히 연극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몰입하는 주인공’은 그냥 형식을 위한 형식처럼만 느껴졌다. 왜냐면 사실 난 주인공이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 그렇게 궁금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 세계를 파괴하면서까지는 더더욱… 영화에서 간신히 건진 것만으로 몰입을 연명하던 나에겐 주인공이 과학 프로그램 종영 후 어떤 기획안을 짜내느냐가 더 중요한 ‘스토리’였으니까. 그래서 영화가 주인공을 여러 테크닉을 발휘하며 비춰 준 부분에서 제작자 본인이 주인공을 통해 내세우고픈, 어떤 먹물스러움(?)에 대한 오만까지 느끼기도 했다.
조금 더 연극과 영화 매체의 차이점이라던가 ‘흑백 연출’에 담긴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더 깊이 영화를 파고들어 나갔을 것 같다. 나에겐 불행하게도 이 영화에 대해 내가 지닌 ‘지적 열정’이 딱 거기까지였나보다.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