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에 대해 아예 모른 채로 봐서 시작하고 1분 만에 화들짝 놀랐다.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인데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의 폼이 예사롭지 않다. 일단 음악과 춤 그리고 그것을 담아낸 화면은 확실히 몰입감이 있다. 음악을 넣는 타이밍도 대부분 예상을 벗어나 영화 흐름에 적절한 자극이 되어 준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은 오프닝의 락 사운드로부터 제법 다양한 장르를 건드리는 것 같다. 다만 후반부에 귀에 착 감기는 노래들은 대체로 뽕끼가 좀 있는 아이돌 댄스 뮤직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요 부분은 영화매체의 덕을 본 것 같다. 만약 뮤지컬 배우들이 이런 노래에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무대로 봤다면 ‘흉내내기’로 느껴졌을 것이다. 연출된 화면을 통해 스크린과 스피커 너머에서 감상하는 관객이기에 더 편하게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 넘버들을 이어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일단 나에겐 주인공이 너무 징징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충 어떤 고민을 겪고 있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는 건더기가 거의 없다. 심지어 주인공이 ‘까인’ 시나리오가 주인공의 어떤 부분으로부터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힌트도 없다. 그래서 느끼기엔 ‘열심히 했는데 맘처럼 안되더라’에서 더 나아가는 부분이 없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도 ‘너답지 않아….’ 같은 멘트라 깊이 추측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뜻밖에도, 영화의 상당 부분이 주인공의 징징거림과 이에 대응하는 주변 인물들의 구도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주변 인물들의 반응도 너무나 평면적이라 기대치가 점점 떨어져 간다. 영화 중후반부에 주인공의 동생이 언니를 질타하는 노래를 하는데 그 노래의 가사가 ‘언니는 최악이야~’류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노래 장면이 볼만한 것과는 별개로 이야기도 그 가사에서 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내용으로 분량을 채우다 보니 영화 시작에서 제시한 상징에 대해 숙제 해치우듯 뚝딱 끝내버린다는 점이다. 이건 그냥 미션이 아니라 주인공의 시련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상징 아닌가? 너무 날림으로 끝내 버려서 주인공이 진짜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도 사실 잘 안 믿겼다.
전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서 일단 전주를 알리고 싶어 하는(?) 욕구는 잘 절제됐다고 느꼈다. 생각 외로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도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도시 뽕(?)이 드러나는 영화가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는 지나치지 않은 정도로 도시를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진짜 노래와 춤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고 숙달된 배우분들의 몸짓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래도 춤과 춤 사이 막간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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