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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Aug 07. 2020

영화 #세인트주디 이야기

숏리뷰, 스포 없습니다

영화 포스터


일단 시작부터 달린다. 화면을 꽉 채우는 음악과 함께 법정 배틀 물의 짜릿함을 다이제스트로 엮어 나가는 전개는 인기 가수의 히트곡 메들리 같아 보이기도 하다. 사실 그런 흐름으로만 끝났어도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흐름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씩 더 진격해나간다. 무엇보다도 법조인 영화로서 법정에서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법조계 인물을 다룬 영화가 꼭 역전재판 같은 공방전을 핵심으로 할 필요는 없다. 가령, 얼마 전 이야기를 쓴 ‘결백’도 진짜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단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묘사가 나오면 그 사림이 속한 세계를 탐구하는 재미가 생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논리는 법정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화에서 시간을 들여 묘사되는 사람들의 행동 동기는 대부분 명쾌하게 제시된다. 또 효율적이기도 하니 좋은 각색이라고 해 주고 싶다. 이야기의 중요도에 따라 각자 필요한 만큼의 공간만 배정받기에 주인공에 집중하는 흐름이 끝까지 잘 유지된다.


게다가 심지어, 영화는 거기에도 머물지 않고 너무너무 진부해 보이는 영화 제목의 의미에 대해 법정물을 넘어 보편적인 서사를 이야기하려고까지 한다. 이 영화에서 ‘세인트 주디’가 대사로 한번 인용되는데 그 타이밍이나 뉘앙스가 대부분의 관객이 예상하지 못한 형태일 것이다. 그 대사를 기점으로 영화가 던저주는 ‘성스러움’에 대한 화두는 영화 후반부를 채우는 뭉클함을 넘어 영화 전체의 이야기를 꿰뚫는 여운을 안긴다.


굳이 흠아닌 흠을 잡자면 통속적으로 보이는 흐름으로부터 성스러움을 생각하게 만드는 마무리까지, 그 과정에서 잘 제련된 이야기 속 논리로 무장해 나가는 형태가 너무 ‘인공적’이라고 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모처럼 변호사가 열일하는 법정 배틀 물로서 완성도와 재미, 여운을 두루 갖춘 좋은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의외로 관도 많이 못 받고 한주만에 내리는 분위긴데 영화 좋아하시면 다 내리기 전에 꼭 보시길 바란다.


여담, 포스터만 봐도 느껴지는 영화 속 ‘여성주의’에 대해 기대 혹은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녀성의 힘으로 파워업!!’하는 변신 마법소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전, 여성이기. 전에. 법조인일. 뿐.입니다.’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사람도 아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당면한 의제에 변호사로서 정면 승부로 들이받으니까 어느 쪽을 예상했건 얄팍하게 덤볐다가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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