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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Aug 06. 2020

영화 #다만악에서구하소서 이야기

롱리뷰, 스포 없습니다

영화 포스터



두 사나이가 벌이는 ‘하드보일드 액션’이라고 하면 격렬한 싸움과 그에 따른 핏빛 결과물을 흩뿌리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의 표현 수위는 생각보다는 ‘마일드’한 편이다. ‘더 나갈 수 있었는데 눈치 보고 참겠어’ 같은 찜찜한 뉘앙스도 아니다. 영화에 필요하면 담고 필요 없으면 굳이 강조하려는 움직임 없이 간다. 그런 부분이 되려 영화가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에 대한 섬찟함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아무튼 피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표현됐다는 점은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안도감을 줄 테니 장점이다.


영화의 각본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캐릭터들의 행동 동기를 제시하는 설정은 잘 잡혔다. 힘을 줄데 주면서도 쓸데없는 디테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가령, 황정민이 과거에 뭘 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시시콜콜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골격, 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대결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 두 사람의 캐릭터를 받쳐 놓았다는 점이다. 


그런 반면 영화 속 대사에 대해서는 상반된 감정이 든다. 일단 이 영화에는 ‘보통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사의 내용으로 봤을 때 이런 선택은 도피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왜냐면 이 영화의 대사들은 어쩔 수 없이 설명충스런 부분이 많은데 이런 대사들을 우리나라 말로 연기를 해 버리면 아무래도 살리기 어려웠을 것 같은 계산이 나도 든다. 실제 황정민을 제외한 영화 속 몇 안 되는 ‘보통 한국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많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런 꾀돌이 같은 부분도 있지만 외국어로 표현되는 대사 자체를 하나의 연출로 만들어서 서스펜스를 주는 도구로 사용한 부분도 있기에 아주 얄팍하다고만은 하고 싶지 않다.


사진으로 치면 초점을 참 잘 잡았다. 명쾌한 설정을 제시해 놓고 ‘마일드’ 하면서도 아드레날린을 놓지 않게끔 선택한 연출의 방향을 통해 관객을 시종일관 쥐고 흔든다. 그뿐 아니라 앞 문단에서 섬찟함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단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어떻게 감출지에 대한 고민까지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컷 안에서 칼을 어디까지 표현할지로부터 어느 타이밍에 인물을 숨기고 드러낼지에 대한 부분까지. ‘연출’이라는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통제가 참 잘 이루어졌다고 느꼈다.


그런 통제는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영화의 격을 받쳐주는 지지대가 되어 준다. 가령,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사실상 XXXXX 역할을 하는 박정민 캐릭터는 함부로 다뤄질 위험이 있는 캐릭터였다. 그런 부분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영화 자체가 영화 속 무자비한 캐릭터처럼 인물들을 마구 다루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부분 만으로도 난 충분히 이 영화를 좋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영화가 이야기를 매듭지어 놓은 모양새를 특별하다고 말해 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결말이다. 일단 두 남자의 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이치에 맞는다. 이야기로서도 ‘마무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깔끔함이 있다. 조금 오버하자면, 작가로서 등장인물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 같다.


더 나가자면 이 결말을 쏟아내는 영화 말미의 과정을, 정말 열심히 달려온 끝에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크게 내쉰 숨에 비유하고 싶기도 하다. 잘 통제된 액션 블록버스터를 질주한 끝에 다다른 결말이 나에겐 영화 속에서 가장 ‘개인적인’ 표현을 내뱉는 순간처럼 여겨졌기에. 레이스를 마친 선수가 내뱉은 큰 숨이 성공적인 완주에서 오는 기쁨인지, 아니면 다다르지 못한 아쉬움에 내뱉는 한숨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을 손에 땀을 쥐며 지켜봤기에 생각해 보고 싶고 의미를 찾고 싶어 진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영화의 결말을 본 순간에서야 재미있다는 감상을 넘어, (너무너무너무 중이병 같아서 싫어했던) 영화의 제목과 이야기가 지녔을 의미에 대해 궁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영화의 결말에 대해 나와는 다른 감정을 가지는 관객도 많을 것 같지만. 여하튼 ‘다만악에서 구하소서’는 결말에 대한 나의 넋두리를 제외하고서라도 관객을 쥐고 흔드는 공력이 대단한, 재미있는 영화다. 이번 주 영화관 나들이에 아무 생각 없이 추천하고 싶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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