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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Sep 08. 2020

영화 #이별식당 이야기

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뮤지컬 영화다. 아직 내가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도, 뮤지컬 자체에도 익숙하지 않기에 오는 오그라듦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더 잘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화면이 옆으로 제법 넓다. 아마도 그리스 로케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 같은데 (최근 몇 번 한 표현 같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 눈으로 가는 해외여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구경거리가 되어 준다.


그런데 정작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들이 이 넓디넓은 스크린을 다 못 채우니까 노래 장면이 허하고 그래서 더 오글거리는 인상을 받은 것 같다. 배우도 적게 쓰이고 좋게 말하면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사실적’인 수준 내에서 조율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연기도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외국 배우분들의 액팅에서 오는 흥이 나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각본을 통해 주어진 대사나 행동을 스크린에 나오는 결과물로서 접한 개괄적인 인상으로는, 국적의 벽을 넘어 와닿지 못했다.


근데 요 부분은 이야기적으로는 주인공의 서사를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점 아닌가? 타 문화에서 겪는 경험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서로 맞부딪혀가며 소통을 거쳐 올바른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결과적으로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을 얻는 그 과정. 그 과정에 대한 묘사라던가 혹은 그게 없더라도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 정도는 영화 속에서 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 청년의 식당 도전기 과정을 보다 보면 소통이라는 게 없이 그냥 '무대뽀'다. 한국이 낯선게 당연할 ‘그리스’ 젊은이에게 한식을 내놓으면서 ‘포크’를 갖추는 성의도 없다. (젓가락으로 알아서 묵으라고?) 요리 콘텐츠 자체도 자기가 고수하는 한식에서 벗어날 생각을 요만큼도 안 한다. (퓨전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도 본인이 낸 것은 아님) 영화 속에서 묘사된 그리스 현지인(?)과의 소통도 ‘두 유노~’ 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사실 그리스 로케라고 하지만 그냥 아무 푸른 눈 금발 외국이라 해도 딱히 달라지지 않을 그런 배경처럼 여겨졌다.


영화가 좀 더 시간을 들여 구성하는 ‘이야기’의 정체는 더 심각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녀’ (비하적 표현이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구여친이 묘사된 뉘앙스가 딱 이런 어조다)로부터 버림받아 무대뽀로(?) 그리스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해나가는데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훌륭하며 심지어 돈도 잘 벌 것으로 예상되는 금발 ‘백인녀’와의 사랑에 골인한다. 음… 이 이야기를 내가 한 10년 전에 봤다면 젊은 청년의 ‘순수 판타지’로 오글거리며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근데 어쨌거나 영화가 시대가 요구하는 어떤 표현 기준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면, 그 부분에서 낡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소통이라는 키워드 라던가 요리 같은 소재를 통해 이야기가 나름의 논리를 통해 흘러 흘러가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도 결백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하지만 윗 문단을 보라. 두 유 노 밈 수준의 대화 주제와 요리를 다루는 주인공의 무대뽀에 어떤 소통과 성장이 있는가? 분명히 주인공에 환멸을 느끼며 떠난 게 묘사된 구 여친이 본인 구남친의 새 여자 친구가 유명한 백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만으로 난데없이 미저리 스토커로 돌변하는데에 어떠한 당위성이 있는가?


뮤지컬로서는 그래도 로케의 힘과 오글오글해도 배우 보는 재미를 건진 부분이 인상깊었지만 그래도 인물을 주된 줄거리 안에서 다루는 방식에 씁쓸함이 남은, 그런 영화였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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