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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Feb 10. 2023

뾰루지를 향한 시선

최근 이마에 뾰루지 두 개가 나란히 났다. 사라질 것이라던 나의 낙관을 비웃기라도 하 듯 점점 더 빨갛고 크게 부풀어 올랐다. 거슬렸다. 외출 전 컨실러로 가리려 해지만 그것의 요란한 굴곡을 완벽하게 숨기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피부가 건조해서일까, 잔머리가 이마를 자꾸 건드려서일까, 세안할 때 잔여물을 제대로 헹구지 않아서일까, 스트레스를 받아서일까. 각종 원인을 고민하며 면봉으로 툭툭 건드릴 수록 뾰루지는 견고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지인들과의 약속이 유독 많았다. 오랜만에 깔끔하고 매끈한 피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요란한 왕뾰루지를 둘씩이나 이마에 새긴 모습을 보이게 되다니 증이 났다.


평상시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던 친구는 물로 헹구는 과정을 더 많이 거친 뒤 토너를 여러 번 발라주며 건조함을 잡아줘야 한다며 효과적인 뾰루지 방지법을 설명하는 것에 진지하게 임했다. 무던한 성격의 둥글둥글한 매력을 지닌 친구는 신경 안 쓰면 언젠가 사라진다며 별로 티도 안 난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피부과에 가서 여드름 주사를 맞아보고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고, 매일 보는 남편은 내 이마의 뾰루지를 볼 때마다 키득키득 놀리며 웃기에 바빴다. 엄마는 내 건강을 걱정했고 아빠와 남동생은 내 이마에 뾰루지가 난 줄도 몰랐다.


같은 뾰루지라도 바라보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 것이 재밌었다. 이처럼 뾰루지를 향한 시선은 다양했지만 대체적으로 짧게 끝났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상대의 뾰루지를 향했던 나의 시선은 어땠을까. 사실 내 뾰루지를 바라보는 것만큼 진지하진 않았던 것 같다.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 관심이 많았을 땐 요즘 힘든 일이 있는지 걱정을 해보기도 했고, 운동에 진심이던 때엔 땀을 많이 흘려 운동을 하면 노폐물이 배출되어 뾰루지가 덜 생기는 것 같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주절댔다. 뾰루지로 인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인에겐 신경 쓰지 말라며 상대의 예민함을 잠재워주기 위해 되려 무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상대의 관심사 차이로 인해 다양한 반응이 나온 것도 있지만 뾰루지를 달고 있던 내 표정과 말투 등에 따 여 시선을 만났던 것 같다.  안엔 배려가 담겨 있었.


뾰루지를 향한 여러 반응들의 실질적인 장점만 취합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나는 세안 후 물로 여러 번 잔여물들을 꼼꼼하게 헹궈냈다. 수분감을 더해주기 위해 기초 케어를 더 꼼꼼히 했고 '뾰루지 따위가 내 심리를 조절할 순 없다'라며 내적 최면을 걸었다. 뾰루지로 향했던 온갖 신경을 운동으로, 책으로 길 가다 만난 아기, 고양이, 강아지 등 귀여운 존재들에게 집중했다.


뾰루지 어느새 희미해져 있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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