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사과를 베어 물며 하루를 시작한다. 유독 당도가 높은 사과를 음미하면 하루의 시작이 더 밝아지는 느낌이다. 치아가 약한 탓에 사과를 한 입 크기로 잘라먹곤 하는데 아침 시간에 사과를 깎는 여유를 잠시 가지며 하루의 계획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담곤 한다.
박스째 배달시켜 먹기보단 일주일 동안 먹을 양만 주기적으로 마트에 가서 직접 산다. 어느 날은 사거리에 있는 마트의 사과를 어느 날은 길 건너편 골목에 있는 마트의 사과를. 또 다른 날은 헬스장 바로 앞에 있는 과일가게의 사과를 번갈아 사 먹으며 당도와 식감을 비교해 보는 것에 꽤나 진지하다.
사과의 색상과 당도 차이에 따라 계절의 흐름을 감지해 보기도 하고 유난히 새빨간 사과를 보면 물로 씻어내면서 괜히 여러 번 더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맑은 색감을 눈에 담아본다.
하루 중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내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무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 속에서 시작된 아침마다 사과를 챙겨 먹기. 이렇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사과를 찾게 된 지도5년이 흘렀다.
사과를 한동안 챙겨 먹지 않던 때도 있었다. 감정이 극심하게 침체되며 무기력함에 휩싸였을 때. 그야말로 아침에 눈을 떠서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하고, 밖으로 나가 밝은 척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끔찍한 고통으로 다가오던 시기였다. 무기력함의 끝에서 위태로움을 느꼈다. 급격한 정신적 쇠퇴에 내 육체마저 잠식 돼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뜨였다. 뭘 해아 나아질까. 어떤 걸 해야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 떠올린 것은 '일단 아침에 사과나 다시 먹자'였다.
오랜만에 작은 습관을 다시 행하고 나니 서서히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아삭하고 노란 속살 안에 담긴 달콤함과 아삭함. 그 맛에 다시 기운을 냈고 신선한 사과를 고르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이 정도면 사과를 향한 약간의 집착인 것 같지만, 내 일상과 건강을 지탱해 주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기반이기에 이 빨갛고 동그란 것의 달달함을 음미하는 시간에 더욱 진심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