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10개월이 되면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쉬지 않고 옹알이를 한다.
언제 "엄마"하고 불러줄까 설레던 때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끊임없는 엄마 엄마 엄마 외침에 행복하지만 귀가 아리다.
엄마, 아빠, 밥, 물을 체득한 후 얼마 전부터 아기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비슷한 추임새 같은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 디땨
아잇 지짜
아이띠땨
이유식을 먹다가 물컵을 떨어뜨렸을 때, 걸음마 보조기로 걸음마 연습을 하다가 넘어졌을 때, 까꿍 놀이로 극도의 행복에 빠졌을 때도 아기의 작은 입에서 비슷한 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엄마'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라 해도 과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답은 금방 나왔다.
부쩍 통통해지고 힘이 세진 두 다리로 발차기를 하는 아기를 씻기고 기저귀를 겨우 갈고 나서였다. 시큰거리는 손목을 부여잡으며 "아이 진짜.." 하며 한숨을 내뱉는 지친 내 목소리 속에서 아기의 옹알이가 겹쳐 들렸다.
아기가 하루 종일 옹알옹알거리던 아이 디땨는 바로 "아이 진짜"였다.
아기와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서 설거지나 빨래를 하며 힘이 들 때 "아이.. 진짜", 무언가에 짜증이 날 때도 "아이 진짜",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면 "아! 진짜?" 아기가 내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 엄마" 소리를 내 감동이 일 때 돌고래 소리를 담은 추임새로도 "아 진짜~?"를 끊임없이 내뱉던 자는 바로 나였다.
내 입가에 항상 붙어 있던 말버릇이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실감한 첫 번째 경험으로 꼽을만한, 초보 엄마로서 신기한 사건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사실이 기특하면서도 부정적 상황에서 종종 쓰던 다른 말버릇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그런 말들까지 따라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며 얼굴이 붉어졌다.
말조심의 중요성을 머릿속으로 여러 번 되뇌는 요즘.
스펀지 같이 보고 들은 것을 다 흡수시켜 그대로 표현해 내고 따라 하곤 하는 아기를 바라보며, 자주 쓰는 말과 더불어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 행동 등이 그대로 스며든다 해도 과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기를 키우며 과거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다소 무겁다. 하지만 소중한 존재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자로 살아가며 따라오는 책임감은 꽤나 뿌듯한 영역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