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지!

서로의 마음 존중하기

by 안나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지!"


친구와 말싸움할 때면 초등학생이던 내가 가장 많이 쓰던 대사다. 팔짱을 꼬아준 채 철없는 아가를 보는 듯한 측은한 눈빛을 동반해야 효과가 좋다. '냐?' 부분에서 목청을 한 껏 높여준다면 더욱더 금상첨화겠다.


어릴 때는 내가 '애'라서 친구들과 가끔 말다툼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니까 종종 싸우는 거고, 그래서 어른들은 애들한테 싸우면 나쁜 거라고 혼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주위를 돌아보면 애들한테 싸우지 말라고 한 어른들은 더 싸우면 더 싸우지, 덜 싸우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온갖 상욕을 섞어 소리치며 싸우는 이들, 인신공격성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들, 지능적으로 돌려 까며 누군가를 괴롭히는 이들을 보면 '과거엔 애였고 현재엔 생물학적 어른이 된 입장'으로서 당황스럽다. 애들이 어른이 되면 당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건 줄 알았는데 더 과격해지거나 혹은 지능적이며 치밀해진 어른의 싸움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가족, 친구와 묵은 감정을 토해내며 싸운 적이 꽤 있다. 서로 내 마음만 아팠다고 씩씩 댔다.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지!"라는 말을 꽥하고 내뱉기엔 체면 상하니까 나름 논리 정연한 설명을 나열하며 내 마음의 옳음을 증명해보려 했다. 하지만 곧 이성은 무너지고 감정이 앞서곤 했다. 이런 상황에선 네 마음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 마음 하나 챙기는 것조차 버거웠으니까.




상대의 안부는 뒷전인 채 내 자랑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화. 또 안 좋은 일을 겪어 힘들어하는 상대에게 "그건 별 것도 아냐. 난 더 힘든 것도 겪었어" 라며 본인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일 뿐인, 위선적인 위로에는 내 마음만 있고 네 마음은 없다.


반대로 내 감정을 끊임없이 무시하는 상대에게 익숙해져 '을'의 태도를 자처하거나, 나를 깎아내리며 본인의 자존감을 채우는 상대를 끊어내지 못하고 스스로를 내어주는 상황에는 네 마음만 있고 내 마음은 없다.


이 처럼 내 마음과 네 마음 어느 한쪽이 무시된 상황은 불행을 부른다.


내 마음만 있고 네 마음은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나는 고립된다. 다행히도 잘못됨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동반된다면 인생의 교훈으로 삼고 더 발전할 수 있겠지만, 그 원인이 나의 이기심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남 탓하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거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자기 안의 세계로 더욱더 고립될 뿐일 것이다.


네 마음만 있고 내 마음은 없는 상태는 나를 망가뜨린다. 내 존재를 의심하고 부정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긴커녕 증오한다. 누군가의 만만한 타깃이 되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허용해주며, 나를 향한 무례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나는 나니까 내 마음을 우선적으로 보살펴줘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네 마음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허용해야 한다. 만약 네 마음이 내 마음에 지속적을 해를 끼친다면 단호하게 선을 그어내야 할 용기 또한 필요하다.


'내 마음' 이 '네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네 마음'이 '내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존중하며 상황에 따른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 내 마음, 네 마음 모두 소중한 마음이니까. 단, 그 소중함은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 안에서만 적용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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