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무례한 자들을 끊어낼 용기

나를 소중히 여기는 자들은 내 돈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다

by 안나

돈 문제에 명확한 사람이 좋다. 금전적인 문제에 명확한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을 쉽게 상하게 하지 않는다. 타인의 여러 상황을 사려 깊게 고려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의 돈을 함부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돈'때문에 가족, 친척, 친구 사이가 틀어지는 상황은 무수히 많다. 돈 문제에 흐리멍덩한 태도를 취하는 이들은 늘 받는 것에만 익숙하며 상대의 배려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다. 호의를 권리로 아는 무례를 지속적으로 범하다가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한 뒤 "쩨쩨하게 군다.", "우리 사이에 그깟 돈 가지고 그러냐."며 상대를 속 좁고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깎아내린다. 정작 본인이야 말로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단 돈 1,000원 더 나가는 것까지 아까워하며 부들대면서 말이다.


20대 중반, 잠시 가깝게 지냈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직장생활을 몇 년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금전적 어려움에 대해 자주 토로했고, 나는 좋은 마음으로 밥과 술을 자주 사주었다. 초반엔 "고맙다. 너밖에 없다."며 감동하던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나의 배려를 당연시 여기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택시비가 필요하다며 현금 2~3만 원을 달라고 한 뒤 갚지 않는 그녀의 행동이 세 번째 반복되던 날. 나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빌린 돈을 갚으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마음고생을 했다. 반복된 그녀의 무례에 지쳐버린 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야, 주려고 했어. 너도 알다시피 내가 너무 바빠서 까먹은 건데 우리 사이에 빡빡하게 구냐." 라며 주머니를 신경질 적으로 뒤지던 그녀는 빌려간 돈의 반도 되지 않는 꼬깃한 돈을 꺼내 준 뒤 "나머지는 계좌로 보낼게." 라며 내 계좌번호를 받아갔다. 당연한 수순처럼 며칠이 지나도록 그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그녀가 내게 입금해야 했던 금액은 40,000원 남짓. 나는 그 돈을 인생교육에 지출한 비용이라 생각하며 잊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친구라고 생각했던, 너무나도 무례했던 그녀 또한 내 인생에서 지워버렸다.


다행히도 내가 별생각 없이 샀던 밥 한 끼를 너무나도 감사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더 큰 보답으로 감동을 선사받은 경험들이 훨씬 더 많았기에 나는 간혹 내게 다가왔던, 내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무례한 이들을 인생에서 걸러내기 쉬웠다. 친구와 정산한 돈은 바로 입금해주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살다 보면 아주 가끔, 너무나도 바빠서 입금하는 것을 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대의 재요청에 "네가 먼저 말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등의 미안해하는 태도가 아닌, "그깟 돈 내가 떼먹니.", "줄려고 했어." 라며 상대의 기다림과 감정을 무시하는 태도가 일상인 자들은 인생에서 지워버리기에 충분하다.


비단 친구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가족, 친척의 배려를 당연시 여기며, 금전적인 도움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그에 따른 감사 표현 조차 생략하는 몰염치한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상대의 돈을 취하는 것에 대해 아무 거리낌 없이 접근하면서 자신의 요구가 수긍되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를 비방하고 깎아내린다. 돈 문제에 의뭉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다 결론적인 순간에 이빨을 드러내는 이들의 본모습을 보고 난 뒤에 받는 상처는 씻을 수 없다. 나 혼자만 가족, 친척, 친구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상대는 나를 그저 '찌르면 돈 나오는 호구'쯤으로 생각했다는 생각에 얻는 것은 화병뿐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절대 나의 돈을 당연시 여기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상황이 어렵더라도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감사를 표현하거나, 뒤늦게라도 보답하는 사람이라면 내 인생을 함께 나아가기에 충분한 소중한 사람임에 틀림없겠지만 "넌 나보다 더 잘 살잖아.", "우리 사이에 이런 것도 못해줘?"라는 불투명한 언행들로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라면 한 번뿐인 소중한 내 인생에서 내쳐야 한다. 그들의 싸구려 감성 자작극에 놀아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큰 상처를 받아 헤어 나오기 어려울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돈 문제에 명확한 자들에 대한 내 신뢰는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상대의 돈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이들은 사람 자체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상대의 돈에 유독 명확한 태도를 지닌 이들은 오히려 종종 가치 있는 곳에 아낌없이 베푼다.


돈문제에 대한 '명확함' 이란, 100원 단위까지 기록해가며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호의에 대하여 감사함과 미안함의 감정을 느낄 줄 알고 반드시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받은 도움에 대해선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선배 A가 금전적인 여력이 어려운 후배 B에게 몇 차례 밥을 사줄 수 있겠다. B는 A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현재 상황에 맞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음료로 보답을 하거나 추후 금전적인 어려움이 해소될 경우 자신을 배려해주었던 A에게 더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며 보답한다면 그 둘의 신뢰는 더할 나위 없이 깊어질 것이다. 만약 B가 본인의 힘든 상황만을 내세우며 A의 금전적 지출을 당연시하고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그 둘의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최근 '돈' 앞에서 비열한 본성을 드러낸 사람을 보며 분노와 더불어 슬픔이 일었다. 내가 산 인생보다 두배는 더 살아온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그의 몰염치가 더욱 추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그는 늘 누군가에게 받는 것에만 익숙했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에 인색했다. 상대에게 도움을 요구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우리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내 상황 이런 거 몰라?" 라며 마음 약한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던 그는 결국 돈 앞에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에게 도움을 주던 이들을 모함하고 탓하기에 바쁘다.


가족, 친척, 친구라는 가면을 쓴 채 내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이 더 이상 내게 상처 주는 것을 허용하지 말고 끊어내야 한다. 혼자서만 '소중한 사람'이라는 명목 하에 지속적으로 희생하고 아파할 이유는 없다. 내 돈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오롯한 나의 존재와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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