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움직이기 Jul 10. 2024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2등하고 온 J군.


일요일밤, 자려고 누웠는데 마술청년 J군한테 장문의 카톡 메세지를 받았다. J군은 6월 30일 부산에서 열렸던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에 참가한 터였다.

 

"선생님! 얼떨결에 2등을 하였고, 마술국가대표티켓도 받았습니다. 너무나 꿈만 같습니다. 선생님 도움없이는 받을 수 없었던 상입니다. 감사인사드립니다. 무용 배우기 전까지는 몸쓰는데 정말 최악이었거든요. 몸의 움직임에 대한 피드백이 정말 정말 많았습니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은 마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공신력있는 큰 대회라고 한다. J군은 이제 막 첫 공연을 올린 신진 마술예술가였고, 이번 대회는 수상보다는 무대경험을 쌓을 목적으로 참가했던 거란다. 마술을 시작할 때 이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J군은 소망을 일구어낸 것이었다.


J군은 첫 수강상담때, 마술을 할 때 움직임이 너무 약해서 지적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내게 말했었다. 너무 몸을 못 쓴다고, 몸을 잘 쓰고 싶다고 토로해서 아니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럴까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천천히 시작하였다. 막상 내가 경험한 J군은 본인 말로 '몸을 못 쓰는 몸치'가 전혀 아니었다. 매우 저평가된 우량주라고나 할까? 채굴되지 않았던 금광이라고나 할까? 근력은 기본적으로 이미 아주 좋았고, 유연성 같은 경우는 지속적으로 연습하는대로 말그대로 쭉쭉 늘어나는 것이었다. 신체 감각도 아주 좋은 편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동작을 받아들이는 속도며, 동작 수행능력도 현저히 상승하였다.


"몸치가 전혀 아닌데요. 그저 계발되지 못한 하나의 가능성이었을 뿐이었네요. 감각이 있어요. 무용 전공해도 될 정도에요. 정말로."


내가 저런 말을 했을 때, 초반에 J군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매우 어리둥절했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수업때마다 J군은 유연성이며 기본기며 동작이며 총체적인 발전이 눈으로 포착될만큼 몸씀이 좋아졌다. 어느덧 J군 스스로도 몸씀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마술하면서 몸쓰는데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말을 내게 종종 건네곤 했다. J군은 무용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마술 선생님으로부터 움직임에 대한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단다.


"제 예전 작품 영상을 보면 진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수업때 선생님께 배운 움직임 원리나 방식들을 작품에 많이 넣었어요. 선생님은 모르시켔지만 레슨 시작하고 급히 추가된 움직임과 부분부분들이 엄청 많습니다. 제가 막혀서 하지 못했던 표현들을 많이 넣었거든요. 열정적으로 즐겁게 수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진영쌤! "


마술청년 J군은 오늘도 연습실에 몸을 쏟고 정신을 쏟아붓고 갔다. 수업이 끝난 후 맑고 청정해진 그의 눈과 몸, 곧게 푸르게 세워진 그의 정신을 바라보며 오늘도 잠잠하고 은밀한 행복감에 휩싸였다.




작가의 이전글 움직이기, 연습실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