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제가 벌써 졸업공연을 하게 되어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연락을 드렸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쌤께서 늦게 시작한 만큼 뒤에서 혼자 조용히 칼을 갈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라고 저에게 말씀해주셨던 것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활 중 무용수로서 정말 힘들고 지치고 울고 싶었던 순간마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단단히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무용과 춤에 대한 마인드를 처음으로 쌤께 배운 것, 그리고 진영쌤이라는 스승님을 운 좋게 한 번에 만난 것에 한 평생 감사할 것 같습니다. 졸작 후련하게 잘 마치고 찾아뵐게요 선생님…
저 사실 용산역 영풍문고나 서점에서 맨날 선생님 책 검색해놓고 나와요. 선생님의 제자로서 너무나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작년이었나보다. 제자가 동덕여대 박사 졸업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한다고 나를 공연에 초대했던 때가.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라는 헛헛하고 압도적인 느낌 속에서 아직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해 버둥거리던 그때 아주 오래간만에 제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아마 그때 좀 울었던 것 같다. 무상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끔 내 지난 날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던 나날들 속에 있었으니까, 과거의 연속성, 영속성은 끊어져 없어졌고, 뒤안길로 접어들었다는 생각 속에 있었으니까. 그러나 푸릇푸릇한 새싹같은 제자를 싹 틔웠다는 것으로 내 지난 날들은 가치와 의미가 있을 수 있었으니까. 나의 지난 날들이 적어도 완전한 허상, 완전한 무는 아니었다라는 것은 알 수 있었으니까.
졸업을 앞둔 제자의 메세지를 읽고 또 읽으면서 앞으로 남은 날들을 가치있고 의미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구체적인 방법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마음속에 그 꿈을 조용히 품고 살면, 삶이 내 앞에 드러내주지 않을까? 삶이 나를 종국에는 그곳으로 이끌어가주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