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날아온 그녀의 소식

by 움직이기

"혹시 연락처 없어졌을 까봐 말씀드려요. 2021년 여름 배움을 얻었던 H 입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책도 쓰셨다니 당장 주문합니다… 스위스에서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읽을 거예요. 진짜로 제가 지금 이 순간 가장 기다리는 책입니다… 진짜 과언이 아니고 그 여름에 무용가님을 안 만났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거에요. 몸을 움직이는 게 저항이자 회복이었던 시기였는데 그 시간을 무용가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너무 보고 싶어요!"

21년 프랑스 리옹의 예술학교에서 미술, 퍼포먼스를 공부하던 그녀는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왔었다. 그녀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움직임을 배우고 싶다면서 프랑스에서 나에게 메세지를 보내왔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21년 여름 한달동안 짧지만 두텁게, 삶을 나누고 예술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었다.

처음에 움직이는 것을 주저주저하고 망설이던 그녀는 시간과 함께 점차 마음 속에 있던 벽을 조금씩 허물어 가는 듯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혹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면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수업때였나... 뜨겁고 거칠고 순수한 그녀의 존재가 고스란히 드러났던 그녀의 즉흥 움직임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한동안 리옹에 다시 돌아간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23년 작년 여름 즈음에 너무 반갑게도 그녀에게 연락을 받았다. 정말로 내 생각을 자주 했다고, 그 당시 함께한 기억이 마음 한켠에서 항상 힘이 되어주었었다고. 그녀는 리옹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장학금을 받고 스위스 취리히에서 석사과정을 밟는다고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때에는 한국에 들어와서 움직임을 더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떤 연유때문인지 작년 겨울, 그녀와의 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엊그제 갑자기 그녀에게 메세지를 받았다. 그녀는 12월 5일 스위스 바젤에서 상영과 라이브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시도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내게 전했다. 라이브로 움직임을 하는 건 처음이라 많이 긴장된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몸을 더욱 더 움직이고 연구해보고 싶다며 열정어린 마음을 내게 표현하였다. 나와 함께 날아다니고 싶다는 그녀의 메세지는 내 얼굴에 한가득 엄마미소를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그동안 작업을 통하여, 삶을 통하여 성장하고 성숙해졌을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도, 그녀의 작업도 무척 보고싶다. 직접 가서 그녀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면 너무 좋으련만, 마음으로나마 이렇게 멀리서 머릿속으로 그녀를 그리며 응원하는 것이다. 앞으로 삶속에서 또다시 이어질 우리의 소중한 인연을 기대하며.




21년 여름, 한국. 예술학도였던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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