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미니특강은 당초 나의 근심 걱정이 무색할만큼 열성적이고 자발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춤이라 하면 부담스러워하실 줄 알았다. 움직이는 것은 꺼려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치 이런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몸과 마음을 순식간에 활짝 열어젖히고 내면을 분출하시는 50대 60대 청중분들을 보면서 마치 유리창이 단숨에 와장창 깨지는 것 같은 충격적이고도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나 단정하신 얼굴들 속에 이렇게나 뜨거운 분출욕구와 욕망을 품고 계셨다니. 아니, 이런 신명과 감흥을 지니고도 정말 그동안 춤을 춰보실 생각을 안하셨는지 의문스럽고 어리둥절했던 것이다. '그래, 춤은 존재의 깊은 곳의 본능이자 울림이고, 진동이니까.'
움직임 미니특강이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시간이 금방 끝날 거라고 예상했던 나의 생각은 또 빗나갔다.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나의 인생시간을 이미 전에 경험하신 분들이 그저 햇병아리같은 나에게, 나의 이야기에 관심이나 있으실까 생각한 거였다. 아니, 그보다 더 근원적으로는 사실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라는 생각이었다. 아니, 더 근원적으로는 사람에게 기대감이나 도움을 포기한 나의 마음이었다. 사람과의 깊은 연결을 경험해 보지 못한데서 생겨난 고립감 또는 그 연결을 포기한 마음, 회의감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참 감사하게도, 청중분들은 내 기저에 깊고 검은 물결처럼 깔려있는 생각들을 일부러 깨뜨려주시려고 하는 듯, 곧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져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관심이 없으실테니, 깊게 끌고 가지말고 조금은 앝더라도 빨리 대답을 하고 질의응답시간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은 내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내 안에 이미 팽배해있었던 것 같다.
빨리 끝내려는데 질문은 이어졌다. 어떤 질문들은 가벼운 질문이어서 내 마음 속 의도대로 속도감있게 답을 마치기도 했으나, 어떤 질문들은 나 자신을 더욱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가야만 하는, 생각하고 답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질문들이었다. 지루하지 않도록 빨리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속으로 혼자 분주해서는, 최대한 시간을 잡아먹지 않는 선에서 즉흥적이고도, 그 당시로서 나의 최선인 답변들을 그저 그럭저럭 혹은 그저 못마땅한 찜찜한 수준에서 내어놓았다. 어떤 질문들은 구름속에 막연히 있었지만, 밝은 빛에 꺼내서 제대로 실체를 확인해보려는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것이었고, 그래서 말로 표현을 단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것이어서 답변이 상당히 빈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방적인 질의응답이기라기보다는 청중분들이 나의 답변에 이어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피력하고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서로들 대화하시면서 말씀 나누는 것을 듣고 있다가, 내게 오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면 되었다. 어느새 북토크라는 것도 없어지고, 그저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어른들과 대화하는 기분이 되어서 끝날 때즈음엔 긴장이 상당히 많이 풀렸다. 질문들과 답변들이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고, 파편처럼 남았다. 하지만 몇 가지 질문들은 내가 내 마음속에 담고서 더 깊이 연구할 것들에 대한 번개같은 단서와 영감이 되어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