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에는 무척 프라이빗한 북토크를 진행했다. <우리술로 당당하게>라는 책을 갓 출간하신 작가님과 함께 하는 콜라보행사였다. "술에 취하고 움직임에 취한다"는 컨셉으로 전통주 시음 이후에 움직임 특강으로 이어가는 북토크였다. 지난 북토크때 못 오셨던 수강생분이 친구분과 함께 와주셨다. 홍보를 위한 시간이 넉넉지 않아 모객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만의 "프라이빗 파티"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아무래도 <우리술로 당당하게> 작가님께서 준비해오신 정성스런 전통주 때문이 아니었을까.
평소에 술을 찾아 마시지 않던 나에게 그것은 아마 올해의 두 번째 술이었을게다. (첫 번째는 올해 2월, 이스탄불 카디쿄이의 어느 카페 겸 바의 야외자리에서 혼자 마신 맥주였다) 작가님께서 총 세 가지의 전통주를 준비해 오셨는데, 달달하고 목에 부드럽게 착착 감기는 것이 정말 일품이었다.
"와... 이거 엄청 맛있네요 작가님!"
오래간만에 술을 들이켜서 그런가 한두잔으로도 명치 아래 뱃속이 금세 뜨거워졌다. 약간 나사가 풀린 듯 몽롱하고도 기분이 좋은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취기가 훅 올라온 것이었다. 시음회가 끝나면 곧바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어쩐담. 취기때문에 약간 어지러워서 상황이 평소처럼 명료하고 또렷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고 인지된 상태가 되었는데, 기분은 좋았고, 술은 더 마시고 싶은 거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술을 계속 마시는 건가?)
"이제 시음회는 마치고, 한번 본격적으로 움직여 볼까요?"
편집자님이 말씀하셨을 때, 나는 술기운에 몸의 중심이 정확히 잘 인지되지 않는 상태였다. 술기운에 하는 나의 첫 움직임 수업이었다.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평소보다는 긴장을 많이 하지 않았다. 처음보는 분과의 첫 수업이랄지, 단체수업은 항상 내 마음에 심리적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수업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도 전체 분위기를 밀도있고 즐겁게, 유익하고도 자연스럽게 잘 가져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에 고정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늘 때와 상황은 변하고 다르기에 자주 그 낯섬과 새로움에 아찔해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예민하게 느끼면서 심리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다. 신체적 에너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고보면 가성비가 참 좋지 않다.
술기운을 빌어 진행한 특강이 생각보다 잘 마무리된 것 같았다. 술기운 덕에 긴장을 많이 하지 않아서 수업 첫 시작을 열고 들어가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이 훨씬 덜했다. 초반에서 중반으로 들어갈 무렵에 이미 나는 땀을 펑펑 쏟고 있었고, 이미 술기운은 밖으로 다 빠져나가서 세상 멀쩡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분위기가 어느정도 잘 형성이 된 뒤라서 크게 예민하게 신경을 세우고 있을 부분은 따로 없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모두 다 몸과 마음이 열려있었다. 그래서 다들 동작도 금방 습득하시고 아주 잘 수행해 내셨다. 다들 춤을 추면서 무척 즐거워하시는 것이 정말 느껴졌다. 나는 더욱 신나서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수강생 Y님의 친구분: "너무 신나게 춤췄어요! 이 동작 너무 좋아요! (태양을 향해 가슴을 활짝 젖히는 동작을 아주 여러번 반복하시며) 쾌감. 쾌감! 스트레스가 쫙 풀렸네요 진짜. 선생님, 직장인을 위한 무용 강좌 좀 해주세요!"
<우리술로 당당하게> 작가님: "저 운동하는 것 좋아하는데, 운동과는 뭔가 다른, 마음까지 너무 즐겁고 기뻐지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너무 즐거웠습니다. 저 다음에 또 올래요. 정말 감사드려요!"
(춤 수업은 기겁하셨다던) 씽크스마트 출판사의 (귀요미) 편집자님: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다리 근육이 당기네요 ㅎㅎ 다음에 더 좋은 시간으로 기획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