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춤이 나에게 무엇일까.

by 움직이기

다른 춤꾼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아무래도 춤은 진동, 떨림, 울림같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충동같다. 춤은 내 뱃속 깊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강하고 묵직하고 진실한 힘 같다. 춤은 내 정신을 덜덜 떨리게 하고 나를 나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준다. 춤을 출 때 나는 마치 시공간에 레이더망을 촘촘하고 강력하게 뻗치는 어떤 촉수동물이 되는 것 같다. 머릿속에 시공간과 몸의 레이더망에 스위치 온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 같다. 그러면 방금까지도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던 세상이 뭔가 약간 뒤틀린듯, 혹은 뭔가 약간 다른 차원의 이상한, 오묘한? 세상이 된다.


주로 충동에 이끌려져서는 춤 속에 들어간다. 의식적인 상태에서 시작하긴 하는데, 이때 의식의 껍질은 두텁거나 무겁지 않다. 오히려 맑고 가벼운 의식이다. 의식이 표면에 떠다니고 표면 아래 물줄기같은 흐름같은 것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어디엔가라고 할까 의식과 무의식의 주고 받음속에서 움직임이 이루어진다. 의식의 껍질, 표면에 크코 작은 틈새나 공간이 생기면, 혹은 의식이 부드러워지고 수그러지는 찰나, 나는 내가 가본적도 없는, 혹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곳, 미지의 새롭고 풍성하고 원시적인 곳으로 이끌어진다. 그렇게 명확히 알지 못하고 해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데로 쑥 흘러 들어와서 움직이고 있는 나를 의식한다. 수동적이면서도 매우 능동적이고 자발적이다. 의식이 두터워지고 딱딱해지면, 그 미지의 세계는 깨지고 나는 지금 이 시공간으로 빠져나온다.


이 세계도, 저 세계도 온전히 아닌 것이, 의식과 무의식이 적절히 균형을 유지할 때, 그 속에서 주고받으면서 춤이 일어난다. 그 능동과 수동, 의식과 무의식,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 그 경계를 섬세하게 예민하게 유지하는게 정말 어렵다. 아직도 그나마 명확한 방법을 못 찾겠다. 매 순간 그래서 약간은 긴장하면서도 초조하면서도 기대하면서 춤으로 들어간다. 온 몸과 정신에, 이 시공간에 촥 펼쳐진 레이더망이 감지된다. 그 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나의 어느 곳으로 나는 끌려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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