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진실한 자기 몸짓 표현이면 되는데, 왜 구태여 형식을 입는 수련이 필요할까? 형식에서의 해방과 방임적 자유. 그야말로 자기 식대로,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며 표현하는 몸짓, 그것이 오히려 가장 진실하고 자유롭고 고유한 게 아닌가. 형식의 틀과 관습, 문법에서 해방되어 자기 식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라면서, 대체 왜 형식의 옷을 입고 지루하게 수련을 하는 걸까. 수련이 전혀 되지 않은 사람의 움직임이나, 수련을 두텁게 쌓은 사람의 움직임이나 사실 자신이 자유롭기만 하다면, 진실하기만 하다면 그 자체로써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유와 진실성에 대한 의미와 깊이는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단순히 나의 내면에 있는 것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분출하고 내뱉었다고, 필터링없이 "진실하게", "자유롭게" 표현하며 움직였다고 해서, 그것을 진정으로 자유롭고 진실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대로 움직이는 것이 자유롭고 진실한 춤일까? 진짜 자유는 무엇이고, 진실은 무엇일까? 진정한 의미에서, 높은 수준에서의 자유와 진실이라는 가치는 그저 손쉽게 가볍게 단순하게 작동되는 것 같지 않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수준 높은 자유를 위해서 형식을 쌓고 수련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현 시점까지 내려와서 존재하는 우리의 기존 관습과 문법, 형식들을 쌓으면서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문화적, 개인적, 사회적 자산을 발견하고 흡수하는 것이다. 제약과 형식의 틀에 나를 집어 넣고 나름대로 그것과 씨름하며 소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를 깊이 만나는 것이다. 흡수하고 재해석하고, 변형하고, 확장하고, 일탈하고, 전복시키고 무너뜨리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한 길을 찾아 가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양산된 '자유'와 '진실'은 이 모든 활동이 삭제된, 가볍고 무분별한 분출 발산의 '자유'나 '진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일 것이다. 끈덕지고 지루하고 두터운 수련을 거친 사람의 자유로운 표현은, 자기 세상만 있는 무절제한 방종이나 혼돈, 자기분출과 발산의 차원이 결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