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출간 이벤트 현대무용 원데이 수업으로, <움직이기>에 여러 분들이 와 주셨습니다. <움직이기> 공간은 사실 저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데요. 재작년 이맘때쯤, 2023년 2월 저는 제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피와 살과 땀을 쏟고, 묵묵하게 길을 가면, 마흔살 즈음에는 뭐라도 될 줄 알았고, 뭐라도 남을 줄 알았습니다.(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눈을 떠보니, 무용만 하고 나이만 먹은, 초라하고 불안한 생계형 무용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이 지긋지긋한 애증의 끈, 무용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졌고, 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내가 인생에서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 대체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까?
여행은 피처럼 진하고 고독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저는 춤에 대한 끊을 수 없음, 혹은 근원적인 합일 같은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춤 출 수 있는 힘이 제 안에서 웅성거리듯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힘은 <움직이기> 라는 공간으로 드러났지요. 능동적이면서도 수동적인 흐름이었습니다.
공간이 생긴지, 이제 거의 2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이 공간 속에서 많은 춤과 땀과 만남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공간이 또 어떻게 사람들과, 세계와 연결될 지 잘 모를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은, 움직이기에 오신 분들이 무한하고 자유로운 춤 세계, 충만하고 근원적인 몸 세계를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속으로 들어가는 깊은 춤 경험이요.
그 경험은 존재와 삶을 건드리고 진동시킬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이 세계 찰나같이 왔다가는 덧없는 제 존재도, 저의 춤도 조금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