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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Jun 20. 2023

칠.


지난번 칠 보수작업




연습실 벽면 군데군데  페인트 칠 보수작업을 하면서 조용히 수양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주말에도 했는데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칠 보수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었다. 페인트도 예상외로 꽤 많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그건 내가 초자라서 페인트를 치덕치덕 내 스타일대로 일머리없이 바르다보니 효율적으로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좀 더 효율적으로 잘 해보자고 다짐을 했다.

동네 여러군데 작은 페인트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현재 연습실 벽 색과 같거나 비슷한 색깔을 찾아 돌아다녔다. 한 페인트 가게 아저씨는 매우 시큰둥한 태도로 그런 색 없소이다 라고 했다.




그리하여 사당역 근처에 직접 색깔을 제조해준다는 가게를 찾았다. 정확한 페인트 색깔을 고르는 것은 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었다. 사장님께 그냥 진한 파란색이라고 말씀드리고 사진을 보여드리면 대충 비슷한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페인트 색깔은 명도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했다. 사장님은 똑같은 색깔의 페인트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두꺼운 샘플을 건네주시며 여기서 한번 골라보라고 하셨다. 비슷한 페인트 색깔의 샘플들을 뒤적거리며 열심히 찾았다. 다행히도 내가 생각했던 색을 샘플에서 찾았다.




사장님이 컴퓨터로 무언가를 입력하셨고, 흰색 페인트 베이스에 파란색 페인트의 정량이 기계에서 발출되었다. 오.. 신기하군.  그것을 그 옆에 있는 기계에 넣고 3분간 돌리는 거였다.




아까 샘플에서 골랐던 그 색이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다 제조되어 나온 페인트는 내가 생각했던 색이 아니었다. 아... 실패. 다시 샘플을 들여다보았다. 아까는 이 샘플의 색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아래에 있었던 색이 맞았던 것 같다. 나는 색맹인가;  또 다시 제조해서 실패할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일단 하는 수 없이 만들어온 페인트를 들고 왔다. 혹시나 해서 페인트 색을 더 진하게 해 줄 잉크를 추가로 구입해왔다.




혼자 이리저리 페인트와 잉크를 조합해가며 비슷한 색을 만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실패다. 그래서 그냥 하고싶은대로 마구잡이로 했다;; 오래 전 내가 있던 무용단에서는 의상을 직접 염색할때 수세미를 사용했다. 여러가지 색을 수세미로 문질러가며 자연스럽게 조화시켰다. 당시 우리들의 용어로 소위 의상"간지"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냈다. 그래서 나도 페인트 칠 보수가 필요한 곳에 페인트를 바르고 열심히 수건으로 문질러서 그라데이션을 주었다;; 금방 끝날거라 예상했던 작업은 또 몇 시간이 걸렸다; 나도 모르게 엄청 집중하면서 몇 시간을 페인트칠에 매달렸다 ㅎㅎ




가까이보면 티가 많이 나는데, 멀리서 슬쩍 보면 나름 괜찮다 ㅎㅎ 나만의 생각일지 모른다는게 함정.


온 시름을 세상 잊게 하는 페인트 칠.  

수양과 명상의 페인트 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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