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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grid Jin Aug 31. 2019

인천국제공항 이름에 대한 이야기

-왜 인천국제공항의 공식 명칭은 '서울 인천국제공항' 인가


사진 출처: 아시아경제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021409581238167


"스타 얼라이언스 아시아나항공 OZ 221편은 미국 뉴욕 John F. Kennedy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서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즐겁고 편안한 여행 되셨습니까? (후략)"  


1.

어렸을 적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꼭 위와 같은 안내 멘트를 들을 수 있었다. 한 가지 가졌던 궁금증은, 왜 '인천 국제공항' 이 아니고 '서울 인천국제공항' 이냐는 것이었다. 인천공항은 저 멀리 영종도에 있는데 왜 서울이라고 부르는 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2.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서울특별시의 항공수요를 지원할 목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 이 아니라 '<서울>+인천국제공항' 이다. 인천은 도시를 나타내는 고유명사로 쓰이지 않는 것이다. 그저 이름일 뿐. 인천은 서울시의 지원도시(support city)로써 기능한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3.
국제항공기구협회 IATA에서는 일반적으로 도시코드와 공항코드를 분리하여 표기한다. 도쿄의 도시코드는 TKO이고 나리타 공항은 NRT, 하네다 공항은 HND이다. 도시코드와 공항코드를 동시에 표기하면 나리타의 경우 TKO-NRT, 하네다의 경우 TKO-HND가 될 것이다.


4.
공항이 하나밖에 없는 중소도시일 경우 도시코드와 공항코드가 대체로 일치하지만, 대도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특히 대도시일 경우 도시코드와 공항코드가 따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가 발전할 수록 공항 수요가 많아져서 기존 공항의 혼잡도가 극심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 때 신공항을 건설할 유인이 생기며, 도시코드와 공항코드가 분리된다. 특히 신공항의 경우 큰 규모로 건설해야 하므로 실제 위치한 도시와 지원도시가 상이한 경우가 많다.


5.
예를 들어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은 1930년대 설립되었으나 도쿄의 도시 위상이 확장되면서 하네다 공항을 이용하려는 승객이 상당해졌고 나리타 공항을 지었다. 그런데 나리타 공항은 지바현 나리타시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도쿄 나리타공항 (TKO / NRT) 로 취급받는다. 나리타 시에 위치한 NRT는 도쿄의 수요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도 사실 파리에 없다.


6.
인천공항도 비슷한 처지다. 대부분의 국제선 수요를 김포공항이 아니라 인천공항이 부담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는 대부분의 외국인 수요는 인천광역시보다 서울특별시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 입장에서 '서울 인천국제공항' 일 때 비로소 도착지를 '서울(Seoul)' 로 자신있게 적을 수 있다. 만약 '인천' 국제공항이었다면 도착지를 인천(Incheon)이라고 적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서울의 도시코드는 SEL이고 김포공항은 GMP, 인천국제공항은 ICN이다. (군용 서울공항은 SSL임)


7.
과거 김포국제공항이 유일한 국제선 기능을 수행할 때, 김포국제공항의 공항코드는 SEL이었다. 사실 더 옛날에 여의도비행장(여의도국제공항) 시절에도 공항코드는 SEL이었다. 여의도공항이 없어지고 나서 공항코드를 김포공항에 넘긴 것이다. 그러다가 영종도 신공항(인천국제공항)이 건설되고 나서 도시코드(SEL)과 공항코드(GMP/ICN)이 쪼개지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전 세계 49개의 대도시가 공항을 2개 이상 가지고 있는 데, 서울이 무려 그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8.
인천광역시와 인천공항공사는 과거부터 '서울 인천국제공항' 을 '인천국제공항' 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늘 공사가 국토부에 다시 이름 변경을 요구했다고 뉴스가 났다. 즉 IATA 공항코드 기준으로 SEL-ICN을 ICN-ICN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ICAO의 공항 소재지를 변경해달라는 것이다)


9.
영종도 신공항이 건설되던 1990년대에 비교하였을 때 인천광역시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지기도 했고 (송도 국제도시 등) 이제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취급받는 것이 싫다는 의미겠다. 이와 유사하게 서울시는 과거 김포공항을 서울공항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기존의 성남시 위치 군용공항이 서울공항인 것이 민간인에게 헷갈리기만 하고, 김포공항이 사실상 서울시에 위치한 주요공항인데 '김포공항' 이라는 표현이 일반인에게 그닥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국토부는 전례가 없다고 모두 거절하긴 했다.


P.S

지형적인 차이가 있지만 서울-수도권의 인구로 볼 때 서울 동부에도 비행장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김포, 인천공항이 다 서울의 서남쪽에 있기 때문이다.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여객기를 타면 서울 및 경기동부 사람들이 공항가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다. 그렇지만 서울공항이 공군이 쓰고 대통령전용기도 있으니 그건 꿈도 못꿀 일이다. 다른데 공항을 지으면 어떨까도 생각해봤는데 경기 동부지역부터 산이 많아져서 공항을 짓기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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