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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grid Jin Aug 31. 2019

우리의 오색동이 아시아나항공은 어떻게 만신창이가 되었나

아시아나항공 매각한다: 금호여 잘 있거라

사진은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여 'SK아시아나항공' 으로 사명을 변경할 경우 예상되는 비행기 도안이다. (출처: 디씨인사이드 항공기 갤러리)


1. 아시아나항공 매각한다: 금호여 잘 있거라


1980년대 후반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하고 세계 유수의 항공사로 키워 온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낸다. 그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금호그룹과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알려드린 바 있다.


최근 뉴스로 4월 11일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자구안을 거절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다. 박삼구 전 회장이 소유한 금호고속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며 경영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5천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재무개선 약정기한 3년 연장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사실 담보로 내놓으려는 주식은 시장 가치가 약 300억원에 지나지 않은데, 너무 과도한 지원 요구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박 회장의 금호산업 지분은 이미 산은에 담보로 걸려있기도 하다. 어짜피 회사채 같은 채무성 자산이 상당했던 터라 채권단이 돈을 빌려줘도 회사채를 갚는 데 사용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했다.


결국 금호그룹의 추가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 또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다는 시각.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내놓을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 또한 이미 작년에 5백억원 상당에 광화문 사옥을 매각하고 나서 더 이상 금호그룹이 팔아넘길 자산도 없다.


이전에도 지적했지만,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유일한 수다. 오늘 한국경제의 헤드라인을 보니, <15일 오전 산업은행-금호아시아나가 만나 수정 자구안을 최종 확정한다> 라는 기사가 나와있더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자사 지분 33.47%를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어 약 3000억원 상당의 가치로 평가된다고 한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게 되면,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은 추가 자금을 지원할 계획에 있다고 한다.


아시아나 매각대금이 금호산업으로 들어오면, 금호석유 모두 이번 달 말에 돌아오는 유동성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달 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 상당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며, 올해 내로 약 1조원에 가까운 채무를 상환하여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나 재무재표 기준 작년까지 현금/현금성 자산규모가 약 1700억원대에 그친다. 이번 주 안으로 관련 사항이 공식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주: 이 글 쓰고 나서 5시간 뒤 매각이 발표되었다)


2. 아시아나항공을 뺀 금호그룹은 중견 사이즈로 추락


"올해부터 새로운 역사를 시작해 나가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2019년 1월 신년사

재계 25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60위 미만으로 급추락하게 된다. 현재 금호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세이버 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에서 하단에 위치하지만 사실상 지주회사와 동일한 위상에 있다고들 말한다. 아시아나항공 산하에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세이버 등 거의 모든 계열사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약 6조 2천억원에 달하는데, 그 중에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과거 금융위기 이전에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금호타이어까지 10조원을 투자하여 인수하면서 국내 7대 그룹까지 규모를 키웠던 전력이 있다. 10년 사이에 엄청난 추락이 이루어졌다.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려고 하다보니 차입금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들어가게 되었고 모든 문제의 시작이 되었다.


3. 만신창이가 된 오색동이의 새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수 조 단위의 금액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하므로, 대형 그룹만이 유일한 후보다. 아무리 아시아나항공이 위기라지만 2010년 전 세계 항공사 스타트랙 2위를 기록하고 탑승률이 80%에 달하는 우수 항공사인 만큼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옵션인 것은 사실이다.


SK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가장 대표적인 후보다. 2017년 하반기에 뜬금없이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주가가 폭등했던 전력이 있다. 물론 최태원 회장이 직접 부인하기는 했으나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직접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는 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라는 에너지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므로, 항공운수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항공 운송업에서 유가는 매출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내부 임원 중에 제주항공 임원단이 포함된 것도 한 몫한다.


이 외에 한화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그리고 애경그룹까지 이야기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에어로스페이스라는 항공기 엔진사업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 LCC인 Aero-K 항공에 160억을 투자했다가 사업면허가 반려된 적이 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구조만 탄탄하다면 인수를 고려하여 중단거리 노선으로의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티웨이항공 및 플라이양양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CJ와 롯데는 물류사업 확장을 위한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항공사 산업이 영업이익이 매년 나는 것이 아닌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최소 5조 이상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 생각으로는 인천공항을 허브로 가진 항공사는 상당히 매력적이므로 매각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므로 시너지가 잘 나는 곳이어야 한다. 아니면 PEF가 컨소시엄 형태로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얻어 아시아나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시나리오도 고민해볼 수 있다. 아무튼 어느 쪽이 되던 그 동안 미뤄졌던 아시아나항공의 성장 시나리오를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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