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아이들 학교 상담 일정이 있어 휴가를 냈다. 다행히 요즘 연차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에 파트장님도 휴가 사용에 있어 크게 간섭을 하지 않으신 분이기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휴가를 낼 수 있었다. 퇴근하는 마음은 가볍게 그리고 손에는 노트북과 함께.
전화 상담이나 방문상담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상담시간은 15분으로 짧은 편이다. 이전에는 10분이었다가 5분이 늘어난 것 같다.
세 아이를 같은 날 상담 일정을 잡으려고 했는데 학년에 따라 상담 일정이 달라서 어쩔 수 없이 이틀이 걸리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전화 상담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둘째 아이가 절대 안 된다며 꼭 학교에 와서 선생님을 봐야 한다고 했다. 둘째 아이가 그런 반응을 보인게 살짝 의외였다.
셋째 아이 담임선생님은 첫째가 3학년 때 담임이셨던 분이다.
담임 선생님 아이가 첫째 아이와 같은 반이었는데 이제 자세한 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첫째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선생님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셋째 아이는 선생님이 친절하고 너무 좋다고 했다.
두 아이의 느낌이 다르지만, 아이들 모두 자기 느낌대로 기억하면 되는 것이니까.
선생님이 먼저 첫째 아이 담임이었다면서 항상 인사를 잘하고 모범적인 아이로 기억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첫째 아이 덕분에 상담의 시작이 편안했던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책상에 앉아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다.
둘째 아이 선생님은 아이의 건강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질문도 해주셨다. 그리고 며칠 전 체육시간에 공을 가지고 게임을 했는데 아이가 엄청난 승부욕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친구들이 칭찬을 해주었다고 한다. 집에서는 항상 침대에 누워있고 걷는 걸 싫어해서 내가 3보 공주라고 하는 우리 아이가 그랬다고??
집에서는 보지 못한 두 아이의 적극적이고 씩씩한 학교 생활에 대해 선생님께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나는 무척이나 만족한 상담시간이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오늘 상담이 너희들로 인해 아주 즐거웠고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둘째 아이가 "좋은 이야기만 해준 거겠지. 엄만 그걸 다 믿어?"라고 했다.
응???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뭘까.
선생님은 둘째 아이 칭찬을 해주셨는데 좋은 이야기만 해준 거라니...
누가 뭐래도 나는 15분 그 상담시간이 선생님의 진심이었다고 믿고 싶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 말에 대해서는 아이와 조용히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음날 첫째 아이 상담은 첫날 아이들과 달리 좀 서먹했다고 할까.
첫날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주시고 리액션을 해주시던 선생님들과 달리 첫째 아이 선생님은 아이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시더니 정말 별말씀이 없었다.
그리고 학기 초와 며칠 전 아이 자신에 대해 작성한 설문지를 보여주셨다. 질문 사항 중 아이는 자기의 좋은 점,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느끼는 점.. 등 주로 자신에 대한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변을 많이 했다.
쉬운 질문은 아니지만, 아이의 답변이 왠지 먹먹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도 나름 고민을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금부터 정말 아이에게 남편과 나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지 않을까.
단순히 아빠, 엄마가 아니라 먼저 인생을 살아 본 어른으로서 아이가 자신을 알아가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데 조언을 해주고, 흔들릴 때 잡아주고, 어두울 때 등불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우린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도 아이도 이번이 처음이니까.
이틀 동안 나의 점심 메뉴는 김치볶음밥이었다. 잘 익은 김치를 볶아 고추참치와 쓱쓱 잘 비빈 다음 치즈를 뿌려 전자레인지에 돌려주면 된다. 살 빼야 하는데 치즈를 먹어도 될까 고민도 했지만 맛있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 된다고 나름 위로하며 치즈 이불을 만들었다.
남편은 왜 김치볶음밥이냐며 잘 먹으라고 했지만, 혼자서 차려먹기도 번거롭고 쉬면서도 할 일이 많아서 간단히 먹고 치우고 싶다.
대신 오늘 저녁은 장을 봐다가 각자가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를 했다.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고등어무조림, 둘째, 셋째 아이가 좋아하는 등갈비조림과 진미채볶음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아욱된장국까지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고, 나와 아이들은 서로 좋아하는 메뉴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점심 메뉴는 치즈김치볶음밥과 전날 남은 잡채를 데워서 함께 먹었다. 잡채를 한가득이나 만들어버렸다. 양을 가늠하기 힘들다.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어주어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