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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쭌쭌이맘 Apr 12. 2024

12화. 나를 위해 하는, 하루 1시간

하루 1시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기

하루 24시간 중 잠을 자는 시간은 현재 평일 기준 대략 6시간, 출근해서 퇴근까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9시간 반정도, 아침 출근준비 및 간단한 식사준비 그리고 퇴근 후 저녁식사와 뒷정리까지 약 6시간이면 21시간 30분을 사용하고 내게는 약 2시간 30분 정도가 남는다.

이 시간에서 오로지 나를 위해 하루 1시간을 쓰기로 했다.


2주 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다섯 가지 카테고리의 미션을 설정하고 사진을 업로드하는 챌린지를 하고 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아도 바로 할 수 있는 쉬운 것들로 설정하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기상미션을 하고 물 한잔 마시면서 두 번째 미션, 그리고 오늘 날씨가 어떤지 바깥 풍경을 보거나 내 미니정원의 화분을 살펴보면서 사진을 찍어 세 번째 미션을 한다. 네 번째 미션은 아침이나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때 잠깐 사진을 찍고, 점심 후에 매일 10~15분 정도 산책을 하고 있으니 산책이 끝나면 걸음수 인증을 하면 마지막 미션이 완료된다. 

내가 평소 하고 있는 것들로 정해놓으니 부담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어 재미가 있고, 작은 것이지만 매일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해놓으니 나의 하루도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데로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는 느낌이다.


작년에 4개월 정도 홈트레이닝을 열심히 했었다. 불쑥 튀어나온 옆구리살과 아랫배가 이젠 나잇살이라고 위로하기엔 보기 싫어져서 후배가 추천해 준 홈트레이닝 영상을 보면서 저녁 식사가 마무리되면 매일 30분씩 일주일에 4~5일을 했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옆에서 같이 따라 하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아예 엄마가 운동하는 시간은 절대 방해하면 안 된다고 선언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고 혼자서 운동을 했다.


어느 날은 남편이 헬스장 분위기를 내준다며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기도 했다.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래도 남편과 아이들의 도움으로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고, 한 달 정도 지나니 허리 라인이 조금씩 살아나는 게 보였다. 눈으로 확인이 되니 운동이 재미가 되고,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  마침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라서 옷을 입을 때도 훨씬 편해졌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어느 순간 흐지부지하게 되었고, 정신 차리고 보니 내 옆구리살은 여전히 보기가 싫다. 마른 사람이 무슨 운동이냐고 주변에서 말하지만 나는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이라 살짝 나온 아랫배도 얼마나 보기 싫은지 모른다.

저녁 설거지를 서둘러하고, 보리차물 끓이는 것과 세탁이 완료된 수건을 건조기에 넣는 것은 남편에게 요청을 해놓고 방으로 들어가 영상을 보고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작년에 해봐선지 어렵지 않았고, 한번 경험을 해봐선지 올해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월~금요일은 8시 30분부터 30분간 운동을 할 테니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나는 할 수 있다.!

[https://ggoolbo.tistory.com/55]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자주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나 정도면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공주님, 왕자님을 매일 그리는 건 너무 힘들었다. 색칠 공부책을 사다 줘도 엄마 그림 그려줘~ 하며 엄마표 그림을 찾았다. 

그렇게 아이들 그림만 계속 그렸었는데 얼마 전부터 화장대에 붙여놓은 엽서 한 장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남산타워가 있는 야경이 무척이나 예쁜 엽서이다. 나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틈틈이 엽서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어려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선지 재미있었다. 

며칠 만에 그림을 완성하고 아이들 색연필로 색칠을 해보려고 하니 내가 원하는 색상도 없고, 막상 색칠을 하려니 쉽지 않아 망설이게 되었다. 남편은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전문가용 색연필을 사주겠다고 했다.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나를 위한 색연필을 사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색연필까지 받았으니 이젠 그만둘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두 번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는 아이들 사진을 인화해서 냉장고에 붙여두곤 하는데 작년 여름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산길을 남편과 둘째 아이가 우산을 쓰고 서로 손을 잡고 걷는 뒷모습이 예쁜 사진이다. 아이가 크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휙 얼굴을 돌려버리니 이렇게 뒷모습이라도 찍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뒷모습도 참 예쁘다.

남편의 검은 우산과 검은 옷차림에 대조되는 아이의 분홍색 우산이 눈에 확 들어오고, 푸릇푸릇한 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하다.

그래, 두 번째 작품은 너로 결정했다.


두 아이들이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말일이면 한 달 학습한 결과물을 가져온다. 매일 영어 단어를 30개씩 외우고 테스트를 한 시험이다. 아이들과 같이 넘겨보면서(사실 나 혼자 후다닥 보고 싶었는데 첫째 아이가 꼭 자기와 같이 봐야 한다고 해서 마음은 급했지만 천천히 볼 수밖에 없었다) 우와! 한 달 동안 고생했네. 고생 많았어라며 한껏 치켜주었다.

그리고 영어 단어를 몇 개 물어봤더니 첫째 아이는 바로 답이 나오는데 둘째 아이는 웃음으로 얼렁뚱땅 넘기고 말았다. 고생했다며 끝내려고 했더니 이번엔 첫째 아이가 나에게 영어 단어를 물어봤다.

갑자기? 다행히 아이들이 지금 외우는 단어들은 나도 알고 있어서 1~2개를 제외하고는 맞춘 것 같다. 아이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하는 만큼 나도 영어 공부를 하면 어떨까.

나는 매일 10분씩 영어에 투자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길게 하면 내가 못할 것 같아서 기상 시간을 10분만 당겨서 딱 그 10분만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이런 틈틈이 브런치에 글을 쓰고, 또 나의 비밀의 숲 서재에 들러 책도 읽어야 한다.

너무 많은 욕심인가 싶으면서도 나에게 맞는 속도로 천천히 무리하지 말자고 나를 다독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며 미루는 일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사 언니는 작년에 매주 일요일에 산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해서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꼭 갔다고 한다. 어느 날은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근처 사찰의 처마 밑으로 잠시 몸을 피했는데 그때 스님과 인연이 닿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 사찰의 각종 행사에 참여도 하고 기부도 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작년에 무려 50회나 산에 올랐다고 한다.

두 아이들이 모두 대학생이 되어 타지로 나가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 여유가 있다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일 때는 퇴근 후 아이들이 집에 올 때까지 남는 시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부동산 경매 공부를 하기도 했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은 꽂히면 파고들어 공부를 하고, 3일 동안 휴가를 내고 보험 공부를 해서 보험사 상대로 보험금을 받기도 했단다.


언니는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매사 의욕이 넘친다. 매일 회사 정문을 통과하면서 오늘도 일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다짐을 하고, 책을 읽기 위해 아침에 일찍 출근한다고 했다. 남들은 월요병으로 힘들어할 때 웃으면서 오늘이 월요일이라서 너무 즐겁지 않아? 라며 다른 사람의 월요병도 날려준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마지못해 일어나는 아침이 아니라 기대하며 설레는 아침을 맞이하길..]

나에게도 언니처럼 그런 에너지가 있으면 좋겠다. 다행히 잠깐 슬럼프가 있었지만 나는 다시 활기차고 의욕이 넘치는 것 같다.

빠듯해서 좀처럼 시간이 날 것 같이 않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여유시간이 보였다.

그래서 하루 이 한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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