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만들기, 괜스레 시린 추억을 떠올리다.

돈가스가 나의 최애 음식이 된 이유

by Alex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어두운 날씨 때문인지 느지막이 일어나서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한다.

항상 메뉴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내와 잠깐의 대화를 나눈 뒤 결정된 메뉴는 돈가스, 어두운 방에 있는 침울한 분위기와 더불어 잘 떠오르지 않은 추억이 나도 모르게 떠오른다.


몇 없는 어린 시절 기억, 유난히 돈가스를 좋아했던 내 마음을 여전히 기억한다. 아버지의 월급날, 한 달에 한 번 동네 유일한 경양식 집인 '뉴타운'이라는 곳으로 외식을 했다. 그곳에서 4명이었던 우리 가족은 무엇 때문인지 몰랐지만 항상 돈가스 3개를 시켜 먹었다. 그렇게 몇 년간 이어진 외식 풍족하진 않았지만 행복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를 향해 찾아온 신부전증이라는 병과 함께 긴 시간 동안 돈가스를 먹지 못했고, 우리 가족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과 창원을 오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엔 신부전증이라는 병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았고 치료비도 어마어마했기에 풍족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범했던 우리 집은 빈곤해졌고 돈가스를 먹을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답지만 가슴 한편에 시린 추억이 있는 음식이 나에겐 돈가스였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후 어머니의 병이 낫게 되었고 어머니가 하시게 된 일이 잘 풀리며 우리는 다시 풍족하진 않지만 행복한 집으로 되돌아갔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니 돈가스는 다시 그냥 맛있는 음식 정도로 내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름답지만 가슴 한 켠이 시린 돈가스에 대한 추억을 내 기억 속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른다.






한편, 아내와 함께 돈가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어제 싼 값에 사두었던 돼지고기 등심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낸다. 그리고 더블 버터플라이 커팅법(사실 나도 정확히 어떻게 자르는지 몰라 글을 쓰기 전 아내에게 한 번 더 방법을 물어봤다.)으로 돈가스를 얇게 편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 간을 간간하게 해 주면 50%는 완성된다.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 순으로 간이 된 돼지고기 등심을 묻혀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어 튀겨주면 완성이다.(자세한 레시피는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를 참고해 주기 바란다.)






이렇게 완성된 돈가스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그리고 잠깐 잠겼던 추억을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여보, 내가 잊고 지냈었는데 돈가스에 대한 좋으면서도 시린 추억이 있다. 여보한테 이야기해 준 적 없지?"

"응, 오빠 그런 추억이 있었어?"

"응 맞아, 내가 예전에 아버지 월급날이면 항상 '뉴타운'이라는 경양식집을 갔었어, 거기서 돈가스를 먹었는데, 그게 정말 행복했었다. 근데 어머니가 아픈 뒤 그곳을 못 간 거야. 지금은 어머니가 건강하셔서 생각을 잊고 있었는데 날씨도 우중충하고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아 그래? 오빠 근데 돈가스 좋아하지 않나? 오빠가 돈가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몰랐네."

"모르겠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마음이 조금 시려."

"오빠는 역시 감성적이네, 이제부터 돈가스에 대한 추억을 바꿔가면 되지 않을까?"

"어떻게?"

"우리 방콕이가 이제 태어나고는 오늘처럼 같이 돈가스를 만들면서 맛있게 먹고 하면 더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은데."

"아? 맞네, 방콕이랑 같이 추억을 만들어 가면 내가 어린 시절에 기억하는 추억이 바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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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감동적이거나 가슴을 움직이는 말을 아닌 아내와의 일반적인 대화였지만, 크게 와닿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의 일상, '돈가스'를 통해 과거를 추억했고 미래에 좋은 기억을 남기길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각 자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추억 속에 갇혀 있기보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돈가스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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