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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Aug 26. 2023

[ 육아일기 ] 오랜만에 쓰는 아빠의 감정

D+45, 방콕이가 자고 난 뒤, 잠깐의 여유를 느끼다.

오후 5시, 여느 때와 같이 회사를 나와 버스를 탄다. 최근 계속 쌓이는 피로 때문인지, 눈이 스르르 감긴다. 감기는

눈을 부여잡고 마침내 집으로 도착한다.


“여보, 방콕아 아빠 왔다.”

“어 오빠 왔어, 방콕이가 오빠 왔다고 이렇게 쳐다보네.”

“아 그래? 잠시만 기다려 빨리 씻고 방콕이 내가 볼게.”

“웅 알았어~”


급히 화장실로 향해 손과 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방콕이를 안는다. 그리고 눈을 보니, 역시나 많이 징징거렸다.


아내는 아내대로 지쳐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장모님이 오셔서 병원을 다녀왔고 밥을 잘 챙겨 먹었다. 어쨌든, 이제 저녁을 먹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기에 돌입해야 한다. 아이를 보는 동안 아내는 식사를 마치고 교대로 나까지 식사를 마쳤다.


씻기는 시간이 왔다. 오늘도 역시 목욕담당은 내가 된다. 이제 제법 능숙하게 아이를 씻긴다. 아내가 아이의 로션을 발라주고 있을 때 재빨리 아이방을 정리하고 분유를 먹일 준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분유를 먹인 뒤, 꼭 잠에 빠지지 않더라고 침대에 눕히고 홈캠으로 확인을 하며 거실로 향한다.





분유를 먹이는 중 아내는 잠시 힘들다며 눈을 붙인다. 잠에 취한 아내를 둔 채 혼자 식기세척기를 돌린다. 그리고 더럽혀진 바닥을 닦고, 저녁에 먹을 아이 분유를 세팅한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홀로 밖을 향한다. 사실 아까 먹고 싶었던 육회를 사려했으나 이미 가게문은 닫힌 상태다. 차선책으로 닭강정과 맥주를 구매한 뒤 공원을 향한다.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공원의 한적한 한 켠에 자리 잡고 맥주캔을 딴다. 취익~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이 더위에 맞서 벌컥벌컥 맥주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닭강정을 입 안에 넣는다. 이 잠깐의 여유가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






음악과 맥주 그리고 닭강정까지, 기가 막힌 조합이다. 잔잔한 뉴에이지곡으로 인해 잔잔한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휴대폰과도 이별하고 아무 말도 없이 맥주를 들이키기 시작한다.


맥주 한 모금, 봄날 벚꽃 그리고 너(음악),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닭강정, 조화롭지 않을 조합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조용히 평범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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