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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Sep 13. 2023

육아 속 한 번의 일탈, 유기견 봉사를 가다

극 E의 일탈, 짧은 시간이지만 보람을 느낀 하루

2022. 6월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한국사회공헌협회에서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KSCV 2기를 모집했다.


당시 회사일로 지쳐 있었고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대학시절부터 사회공헌활동에 관심 있었던 터라 지원을 하게 되었고 운이 좋았는지 면접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들어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생활 중인 문돌이 안전관리자입니다. 최근 회사 생활에 많이 지쳐 있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원동기와 하고자 하는 일 등 몇몇 개의 질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문득 민망함이 몰려왔다. 주로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 면접장에 30대 중반의 늙었다면 늙은 아저씨가 면접을 보고 있자니, 상당히 민망했다. 그렇게 민망한 시간을 잘 견뎌냈고, 결국 KSCV 2기 단원이 되었다.


봉사단원이 된 초기엔 정말 열심히 봉사활동을 다녔다. 땀 흘리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그렇게 6개월가량 봉사활동을 하던 중 방콕이가 생기게 되었고, 자체적으로 봉사활동을 중단했다.





2023. 9월 방콕이를 돌보는 일에도 아주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다시 봉사활동이 가고 싶어 졌고, KSCV 담당자분께 문의드렸더니, 참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랜만에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고, 그 활동을 통해 일상 속에 머물러 있던 나에게 새로움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는 당일이 되었다. 아는 사람이 없어 약간 민망하기는 했지만, 육아 속 특별한 일탈은 그 어색함 마저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저는 문돌이 안전관리자고요,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몇 개월 쉬었다가 봉사활동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오랜만이시네요! 아 참 순산 축하드립니다.”

“어우 감사합니다!”


어우, 협회 사무국장님이 인스타 팔로우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나의 소식을 알고 축하까지 해주었다. 가벼운 인사 덕에 어색한 분위기는 조금 더 누그러졌다.


그리고 시작된 봉사활동, 이번에 할 일은 견사 청소와 유기견과 놀아주기다. 사실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이곳의 유기견, 유기묘들은 상당히 귀여웠다.


열심히 청소를 하는데, 이 녀석들은 울음을 지르지만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 비교적 쉽게 청소를 마쳤고, 유기견들과도 잘 놀아주었다. 잠깐이지만 정이 들기도 하였다.


땀은 비 오듯 흐르고, 견사에서의 냄새는 힘겨웠지만 오히려 정신은 맑아졌다. 일탈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 아닌 보람찬 일을 한 것에 대해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고 마음마저 따듯한 하루가 되었다.


이 마음을 남긴 채, 내 몸은 육아로 고생 중인 아내를 향해 발길을 옮기며 다시 일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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