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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솔 Jan 22. 2021

[이론] 영화 제작의 4단계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예술 Film Art



가이드를 시작하며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 ,1947~)

앞서 벨라 발라즈의 형식주의 미학에서 영화 제작 과정에 주목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오늘은 데이비드 보드웰의 저서 <영화예술>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영화 제작 과정을 뜯어보도록 하자. 영화계에 관심을 둔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길 바라며, 가이드를 시작한다.








1단계: 대본 쓰기와 자금 마련 단계

1900년대 초반, 영화는 단순한 볼거리로 여겨졌다. 새로운 기법과 장치를 활용한 독특한 볼거리. 초기 영화사에서 빠질 수 없는 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업 또한 '참신한 기법(스톱모션을 통한 순간이동 구현 등)'을 보여주는 오락거리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영화가 이야기 예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최초의 내러티브 영화 <국가의 탄생>(그리피스, 1915)가 등장한 뒤부터였다. 그리고 오늘날, 영화는 너무도 당연히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 제작의 첫 단계는 대본이다. 어떤 이야기를 품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영화의 출발인 셈이다. 영화의 대본은 '로그라인'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로그라인이란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로그라인은 시놉시스로, 시놉시스는 트리트먼트로, 트리트먼트는 시나리오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시나리오에서 나아가 촬영용 대본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대본을 얻은 뒤에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영화는 일반적인 경우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기타 비용을 최대한 줄여도, 감독이 1인 다역을 맡으면서 촬영과 편집까지 모두 할 수는 없으므로  인건비가 상당히 들어간다. 독립영화의 경우 몇 백만 원,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는 수백억을 투자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2단계: 준비 단계 Pre-production

이제 프리 프로덕션이다. 이 단계에서는 감독이 중추 역할을 맡아 여러 부서를 진두지휘한다. 연출부, 촬영부, 음향부, 영상효과부 등을 지휘하며, 제작자(producer)는 촬영 일정을 다각적으로 계획한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는 과정을 위해 준비한다면, 제작자는 예산, 스케줄 조정, 배우 및 장소 섭외 등 영화 제작을 위한 여건 전반을 살피고 체계화한다. 그래픽 아티스트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스토리보드를 제작하고, 의상과 조명, 카메라 워크 등 영상화를 위한 요건을 모두 고려해 -사전 시각화(previsualization)-하기도 한다. 즉, 영화 촬영 전에 미리 그래픽을 통해 쇼트를 구성해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3단계: 촬영 단계 Production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촬영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연출부, 촬영부, 음향부 등이 감독의 지휘 아래 조화롭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는 분업의 예술이다. 각자 맡은 바를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협력의 산물인 것이다. 연출부만 해도 쇼트 세부사항을 기록하는 script supervisor가 있고, 제1조감독부터 제 n조감독까지 존재할 수 있다. 수많은 연출 스태프들이 업무를 분담한다. 촬영부 또한 조명 담당, 카메라 담당 등으로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다. 음향부도 마찬가지다. 음향감독의 지휘 아래 마이크 담당과 조수들이 움직인다. 이외에도 분장 스태프, 의상 스태프, 음향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영화 한 편을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한다.


<기생충> 촬영 현장






4단계: 조합 단계 Post-production

이 단계에서 핵심은 "편집"이다. 일차적으로는 촬영한 쇼트 중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는 rough cut(가편집본)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편집본은 쇼트들을 느슨히 이어놓은 것이다. 가편집 이후에는 계속해서 필요한 부분을 다듬어 배열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최종본을 final cut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실제 필름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식으로 편집했으나, 오늘날 편집은 디지털로 한다.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는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더욱 중요해졌는데, 후반 작업 중 하나로 CGI(computer generated image)가 다수 활용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CG라고 부르는 디지털 이미지는 모든 영화 장르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영화의 지평을 넓혔음은 물론이다.

(디지털 이미지와 관련해 '사실주의'이론에서 다룰 부분이 있음을 알아두시라. 특히 바쟁의 사실주의는 디지털 영화를 두둔하지 못함을 알아두면 좋겠다.)


포스트 프로덕션에서는 편집뿐만 아니라 색 보정, 음향 작업 등이 이루어진다.





가이드를 마치며

오늘은 간단하게나마 영화의 제작 과정을 4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영화는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이기에, 상업성과 끈질긴 관계에 놓은 예술이다. 또한 영화가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다는 점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보드웰의 논의를 요약 및 재진술한 것임을 밝히며 가이드를 마친다.



-정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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