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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솔 Jan 26. 2021

[이론] 영화 배급과 상영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예술(Film Art)



가이드를 시작하며

앞서 영화 제작의 4단계를 살펴보았다. 오늘은 제작된 영화가 관객을 만나기까지의 여정, 배급과 상영을 살펴보자. 배급이란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 유통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급의 핵심은 '배급사가 영화 제작사로부터 판권을 인수해 상영관에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배급과 상영 과정을 삼키고 있다. 오늘의 핵심 주제는 고전적인 배급과 상영 단계이다. OTT 발달로 인한 영화 산업의 변화는 다음에 다루도록 한다. 오늘의 논의 또한 보드웰의 저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더욱 자세한 내용은 <영화예술>을 참고하시라.






배급: 영화 산업의 '갑'

영화는 관객 앞에 설 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산업 논리로 따져볼 때도 더욱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때 영화는 빚을 지지 않을 수 있는 자본 기반의 예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배급은 영화 산업의 핵심 권력을 틀어쥔 셈이다. 주류 배급사라고 한다면 -워너 브라더스, 파라마운트, 월트 디즈니, 소니, 폭스, 유니버셜- 등이 속한다.(한국 영화 시장의 주류 배급사에는 CJ, 롯데, 쇼박스 등이 있다.) 이들은 배급 시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거물들로, 보드웰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시장의 95%를 담당한다. 세계 시장으로 따지면 50% 정도가 이들에 의해 배급된다. 한마디로 "과점 구조"다. 과점이 문제인 이유는 과점사들의 횡포를 막을 힘을 서서히 잃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주류 배급사들의 대표적인 횡포이자 관습으로 "Blind booking"이 있다. 블라인드 부킹은 문자 그대로 배급할 작품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고 대여하도록 영화관 측에 강요하는 것이다. 한편, 흥행이 에상되는 (소위 S급) 영화와 비교적 사업상 덜 매력적인 영화들을 묶음 대여하도록 하는 전략이 있는데 이를 "Block booking"이라고 한다. 주류 배급사들의 다소 강압적인 대여 전략에도 많은 업자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영화 산업의 '갑'이라 보아도 무방한 과점 구조 때문이다.

영화관과 배급사 사이의 갑을 관계는 불균등한 '극장 수입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우리가 영화관에서 만 원을 내고 영화를 볼 때, 영화 개봉 첫 주에는 배급사와 영화관이 9:1 비율로 수익을 가져간다(미국 기준의 데이터로 국내 상황은 다를 수 있음). 개봉 첫 주에 당신이 영화를 봤다면, 그 만원 중 9000원은 배급사가 가져간다. 주별로 수익을 가져가는 비율이 달라지는데, 영화 상영 마지막 주쯤이면 배급사와 영화관이 3:7 정도의 비율로 수익을 가져간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수익이 첫 주에 몰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급사의 몫을 제외한 게 모두 상영업자들의 몫인 것도 아니다. 상영업자와 제작자들이 나눠 가진다. 배급사는 영화 산업의 명백한 '갑'이다.


한국 영화계의 거물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의 도입부



배급: 두 가지 전략

보통 거점 개봉(Platforming)과 광역 개봉(Wide release)의 두 가지 전략이 있다. 광역 개봉이 전 지역의 영화관에서 개봉을 하는 전략(전국 동시 개봉)이라면, 거점 개봉은 주요 영화관 몇 군데에서 우선 개봉하여 반응을 보고 상영관을 점차 늘려나가는 전략이다. 비주류 배급사는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점 개봉 전략을 취한다. 반면 자본이 많은 주류 배급사의 경우 광역 개봉을 할 수 있고, 광역 개봉이 엄청난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배급사들 간의 개봉일 조정"이 필수다. 한마디로, 거물급 영화들 간에 개봉일을 겹치게 되면 관객층이 갈려 양측 모두 손해를 보기 때문에, 보통은 겹치지 않게 개봉일을 조정해 서로의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자 한다. 주류 배급사일지라도 모든 영화를 광역 개봉하지 않으며, 마이너한 장르의 영화, 실험적인 영화, 독립 영화 등은 거점 개봉으로 시작해 상영관을 점차 늘려간다.

배급사는 영화 판권을 판매하기 위하여 다양한 홍보 전략을 펼친다.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에 배우들이 단체로 출연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이 중요해지면서 '바이럴 마케팅 전략'이 개발되고 있다.






상영: 극장

예술로서 영화가 경험되는 공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극장"이었다. 관객과 영화가 만나는 공간으로서 극장은, 배급사와 함께 영화 산업의 또 다른 중심점이 된다. 극장은 우리가 흔히 영화관이라고 부르는 '상업 극장'과 '영화제'를 아우른다.

수익구조에 관해 앞서 보았듯, 상업 극장은 영화 티켓값으로만 운영되기는 어렵다. 상영업자들의 주요 수입원은 티켓값이 아니라 '매점 수익'이다. 팝콘 세트가 만 원을 가뿐히 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매점에서 파는 주전부리는 너무 비싸긴 해도 영화를 마주하는 경험에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어쨌거나, 스크린 3개 이상을 구비한 상업 극장을 "멀티플렉스", 스크린 16개 이상을 구비한 상업 극장을 "메가플렉스"라고 한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음향도 훨씬 좋아졌고, 3D 영화나 4D 영화처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상영관이 발달하고 있다. 극장은 관객이 영화를 감상하는 -영화적 경험-에서 핵심적인 공간이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의 극장 공간으로 "영화제"가 있다. 영화제는 상업 극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이 관객과 마주할 수 있는 중요한 극장 공간이다. 영화제는 특정한 장르를 중심으로 개최되거나(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판타지 장르),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다(퀴어영화제, 여성영화제, 노동영화제 등).

(참고로 세계 3대 영화제라 하면,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가 있다. 각각 황금종려상, 황금곰상, 황금사자상을 시상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와 송강호




상영: 비극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극장 영화 상영은 '부가 시장'일 뿐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극장이 문을 닫거나 관람 제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영화 산업의 중심이 극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영화업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예상되긴 하였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매우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DVD와 TV의 유료 채널을 통한 상영 등 '홈 엔터테인먼트'의 일환이 된 비극장 영화 상영은, 이제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의 OTT 구독 서비스로 수많은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관객뿐만 아니라 제작자 측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극장 수입이 끊긴 영화들, 극장 시장에서 밀린 비주류 영화들이 비극장 상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영화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입지를 위협받는 배급사와 상영업자는 새로운 사업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요즘 대세, 홈씨어터






가이드를 마치며

오늘은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두 단계, '배급'과 '상영'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당신의 앞에 영화가 존재하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쯤 이해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더욱 구체적인 논의는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예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워낙 세심히 정리된 책이니,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며 가이드를 마친다.



-정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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