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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솔 Feb 03. 2021

[이론] 배급과 상영의 예술적 함의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예술>



가이드를 시작하며

앞서 우리는 보드웰의 저술을 중심으로 '영화 제작의 4단계', '배급과 상영 과정'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배급과 상영이 어떤 식으로 영화'예술'에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배급과 상영을 단지 산업적인 부분으로만 봤다면, 이 글을 통해 두 과정이 예술로서의 영화 스타일에 미치는 영향을 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드웰의 <Film Art>를 중심으로 가이드를 시작한다.






배급/상영 시장에 대한 첨언

지난 가이드에서 다루었던 배급과 상영 산업의 실태를 표로 살펴보자. 5년 전까지만 해도 배급과 상영 모두 CJ 계열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사진 참고). 그러나 2018년 이후 외국계 배급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CJ가 지켜왔던 배급률 1위의 아성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시간 배급사가 영화산업의 중추로서 이윤의 상당 부분을 취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는데, "영화는 배급이다"라는 어느 책 제목도 같은 맥락에서 지어진 것일 테다.)






배급/상영의 예술적 함의

배급과 상영은 단지 경제적 측면의 활동들이 아니라, 영화적 경험을 제한하기도 하고, 개방하기도 하는 과정이다. 넷플릭스의 구조를 생각해볼까. 여러 나라의 유수한 제작사들과 contact 하여 판권을 계약하고, 이로 인해 수천만의 사용자가 모바일 기기로 직접 작품을 상영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극장 관객은 상영관의 고정된 상영 시간에 자신의 일정을 맞춰야 했으나, 오늘날 넷플릭스 이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틀고, 멈출 수 있다. '상업극장'으로 극히 고정되었던 영화관 개념이 유동적으로 변했고, 관객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 산업은 이제 '홈 엔터테인먼트'로 확장되었다. 나만의 홈씨어터를 꾸미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영화 '다시 보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보기가 영화예술과 무슨 상관이냐고? 한 번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들, 소위 퍼즐처럼 끼워 맞추며 감상해야 하는 '퍼즐 영화'들이 대중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자세히 봐야 하는 영화들 또한, 관객이 영화를 중단하고 재생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환영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또 하나, 개인의 모바일 기기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대두된 문제가 바로 '스크린'이다. 스크린은 관객의 영화적 경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스크린이 작을수록 익스트림 롱숏보다 클로즈업이 더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손바닥만 한 스크린과 벽 한편을 가득 채우는 거대 스크린이 선사하는 영화적 경험은 너무도 자명히 차이가 있다.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 영화를 배급할 제작사라면, 롱숏보다 클로즈업을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배급과 상영의 변화는 영화 기법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많이 변화하고 있는 요소가 '스크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스크린을 비롯한 기술, 영화 상영 환경이 양식적 제약을 만들어왔다.






가이드를 마치며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영화예술에 '배급'과 '상영'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넷플릭스와 영화적 경험'을 살펴볼 것이다. 데이비드 보드웰의 논의는 그다음에 다시 다루게 된다. 핵심 질문은 '영화 형식이란 무엇인가?'이다.



-정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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