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내 몸부림이 닿을 때까지
신애는 음반가게에서 음반을 훔친다. 내화면(onscreen)에는 훔치려는 행위만 드러나고 구체적인 전말이 드러나진 않기 때문에, 직원에게 절도를 걸리고도 음반 훔치기에 성공하는 반전이 만들어진다. 절도는 성경 출애굽기20장15절 -도둑질하지 말라-에 반하는 행위로, 하나님에 대한 신애의 세 번째 저항이 되겠다. 훔친 음반을 들고 기독교 행사장에 도착하는 신애. 목사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노려보는 신애가 한 앵글에 잡히며 대립 구도를 형성한다. <밀양>에서 시점숏은 드물게 사용되었는데, 신애가 목사를 노려보는 것이 시점숏으로 처리되면서 그 분노가 더욱 강조된다. 신애가 행사본부에 난입하여 튼 음반에서 반복되는 ‘거짓말이야’라는 가사는 신애의 심정을 투영한 것으로, 하나님에게의 네 번째 외침이다.
이후 신애는 한 장로를 유혹해 불륜을 저지르게 하려고 유도한다. 특히 차 안에서의 키스신은 신애의 뒷모습으로 시작하다가 정면으로 전환되어 신애의 독기 가득한 눈빛을 포착한다. 부감(high angle,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화면구도)으로 신애의 상반신을 클로즈업한 장면은 하나님에게 지금의 불순한 행위를 온몸으로 드러내려는 신애의 심리를 드러낸다. 마태복음 5장 27-30절 –함부로 타인의 혼인을 파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중략).....종교적 인간과 세속적 인간의 양극단을 오가던 그녀는 결국 미쳐버린다. 스스로의 고통에 지나치게 메마르다가도, 결국 터져버릴만큼 불어난 감정에 자살을 시도하고 만다. 그 감정의 격동에서 주변 인물들은 (종찬을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무심하다. 그녀의 아픔은 결국 오롯한 그녀의 것으로 남는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모습은 이러한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원작에는 없는 사건들_) 하나님을 향한 4번의 저항들, 그리고 자살 시도 후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에게 ‘살려 달라’고 외치는 장면 모두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에 내질러지는 호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