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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영 May 03. 2022

면접 보러 왔어요

면접 보러 왔어요


“자신이 멘토라고 생각하고 처음 만난 멘티들에게 자기소개와 앞으로 진행할 내용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앞에는 세 명의 면접위원들이 평가서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면접 평가장의 모습은 익숙한 장면이었으나 무척 긴장이 되었다. 나의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직장에 근무할 때는 여러 차례 출제위원, 심사위원, 면접위원의 입장으로 많은 사람들을 평가했었다. 막상 내가 피평가자로 자리에 서자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하고 심장이 쫄깃했다. 오래전부터 도전하고 싶어 생각을 많이 하였던 터라 평소 생각했던 내용에 대해 소신껏 대답을 하고 나왔다. 


면접일은 날씨가 무척 추웠다.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가다 보니 너무 일찍 도착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대기실 대기 인원이 제한되어 대기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떨어야 했다. 안내 직원의 지시에 따라 체온 측정과 신속 항원 검사를 마치고 면접 시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심사에 참여한 수험생의 모습들이 다양하다. 기존에 멘토로 활동한 사람들은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여유도 있고 다른 수험생들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해 준다. 처음 지원한 수험생은 어떤 질문이 나올지 물어보기도 하고 지원서에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꺼내 읽어 보기도 하며 초조함이 역력하다. 면접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심사장의 분위기에 조금 익숙한 덕분에 약간의 여유는 가질 수 있었다. 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상 질의에 대해서도 조금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수험생으로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간 나에게 심사를 받았던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혹시 상처를 주는 질문이나 언사를 행사한 사실은 없는지, 수험생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심사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대하지는 않았는지, 수험생의 입장을 생각하며 심사에 임했는지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수험생의 입장이 떠오른 걸 보면 입장이 바뀌어 봐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맞나 보다. 긴장감 팽팽한 대기실에서 옛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모습이 교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세 명씩 한조로 면접을 보고 평가장을 나왔다. 


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는 인생 나눔 교실에 멘토로 지원을 했다. 직장에 다닐 때 신청을 하였으나 직장인은 시간상 제약이 많아 어렵다면서 퇴직을 하면 해보라고 하였었다. 퇴직을 하고 꼭 해보고 싶은 마음에 공고가 나자마자 지원을 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승진시험이 전부였는데 사회에 나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1차 서류 신청을 하여 합격하고 2차 면접 심사도 무사히 합격하여 최종 선발이 되었다. 사업을 한 지가 7년이 되다 보니 제법 알려져서 많은 사람이 지원을 하여 경쟁이 치열했다. 사회에 나와 첫 도전을 하여 통과하였다. 나름 사회에 첫발을 잘 내디딘 것 같아 뿌듯하고 대견하면서도 사회라는 곳이 녹녹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처음 면접위원으로 심사를 진행한 것은 서울에 근무할 때 인사혁신처에서 실시한 시간제 공무원 선발 심사였다. 세명의 면접위원이 오전에 여섯 명, 오후에 여섯 명을 심사해서 각 한 명씩 그 자리에서 바로 선발을 하는 것으로 시험이나 서류 심사 없이 면접만으로 바로 선발을 했다. 당시만 하여도 면접에 익숙하지 않던 때라 면접 만으로 적합한 지원자를 선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면접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처음 참여한 심사라서 수험생들보다 더 긴장했었다. 한 시간 정도 사전 교육을 받고 심사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고 위원들끼리 선발에 대한 사전 미팅 시간도 가졌다.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문항씩 질문을 하여 대답한 내용을 듣고 5단계로 채점을 했다. 오전 심사가 끝나고 한 명을 선발하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심사위원 세 명이 매긴 수험생들의 점수가 거의 비슷하였다. 시험이 아닌 면접으로 채점한 점수가 어떻게 이렇게 비슷할 까 의문이었다. 오후에 면접을 보고 채점한 점수도 마찬가지였다. 선발이 모두 끝나고 다른 위원들에게 물어보니 시험이 아니고 면접 심사여도 심사 결과는 거의 비슷하다면서, 그래서 면접 만으로도 공정하기만 하면 제대로 선발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후에는 면접 심사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 후 직장에서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의 심사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했다. 심사를 하여 선발한 직원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이 생겼다. 잘 적응은 하고 있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근무하면서 애로사항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보며 직장에서 잘 근무하도록 신경을 쓰게 되었다. 위원으로 참여를 하면 선발만 하고 끝이 아닌 그 직원이 잘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하는 의무감도 생긴다. 그래서 선발을 할 때부터 그 일에 적합한 지원자를 신중하게 선발해야 하는 책임감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사회생활 2막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다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뭐 하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회에서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도전을 하여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때마다 서류 심사와 면접심사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힘이 들고 어렵겠지만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처음 가는 길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설레는 마음도 있다. 오늘도 또 다른 면접을 위해 여기저기 공고나 알림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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