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혐오도 복제가 되나요> 후기

작가 윤혜성

by 사원
죽은 아내가 보낸 마지막 택배
그 안에서 '나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걸어 나왔다!

"너도 너 같은 새끼랑 살아봐"


* 본 게시글은 출판사 안전가옥으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고 작성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평단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3월 18일에 정식 출간 되었다.


이 책을 "SF 도메스틱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SF와 스릴러? 내가 너무 좋아하는 키워드잖아. 쇼-트 시리즈는 대체로 두 시간이면 다 읽을만큼 분량이 짧아서 좋았다. 이 책도 어김없이 익히 하는 쇼-트 시리즈 사이즈에 200페이지 남짓의 분량이었다. 세계관은 가까운 미래, 어쩌면 평행세계의 현재. '복제인간'이라는 먼 미래의 이야기 같은 주제로 일상적인 요소들은 현재와 크게 다를 것 없었다. AI 법률 프로그램이 양육권 분쟁에서 양육 적점 점수를 채점하고 복제인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생명윤리법이 제정되는 세상이지만 업무 미팅은 여전히 대면이고, 직장에서 원하는 자리를 얻기 위해 상사에게 잘 보여야하는 세상이라니. 역시 미래보다는 평행우주라고 보는 편이 낫겠다. 주인공 수한의 아내 나나가 죽은 지 1년, 아내의 이름으로 자신의 복제인간이 배송된다. 추리 소설 같은 전개와 스릴러 분위기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아내의 죽음이 남긴 의문점들이 인물들을 향한 의심이 된다.


복제인간(작중에서는 편의를 위해 '리수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은 나와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데이터화해서 간직한 또 하나의 나인 셈이다. 처음에는 적개심이 있던 수한도 점차 삶의 일부를 리수한에게 위탁한다. 가끔은 나보다 낫다고 생각될 만큼 리수한은 착실하게 수한의 삶을 수행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내가 둘로 쪼개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당장 책을 읽기 전 오후에도 그랬다. 나와 똑같이 생겨서 똑같이 행동하는 또 하나의 내가 나의 일을 대신 해준다니, 상상만해도 달콤했다. 이 소설은 그런 상상을 구체화한 이야기다. 동시에 "정말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복제인간은 어찌됐든 또 하나의 나다. 우리는 오죽하면 '내 비위 맞추기가 제일 힘들다.'고 농담을 할만큼 스스로의 기분을 제어하기도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장 어제와 오늘의 생각이 다르고 낮에 했던 말로 밤에 후회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 만약 나와 똑같지만, 별도의 컨트롤러가 탑재된 내가 생겨난다면 어떨까. 손발을 잘 맞춰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각자 자기 욕심으로 살고싶어 할 것이다. 종장에는 누가 진짜인지 주변 사람들도 구분하지 못 하고 복제인간이 진짜 나를 죽인다고 해도 알아차리지 못 할 지도 모른다.


윤혜성 작가는 <서울 대기업~김부장 이야기>를 공동집필한 극작가이다. <혐오도 복제가 되나요>는 윤혜성 작가의 첫 출간 소설로, 그런 유의미한 작품을 남들보다 먼저 받아서 봤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극을 쓰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글 자체가 담백했다. 예쁜 미사어구로 꾸미는 문장이나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설적인 묘사로 장면이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문장보단 장면으로 보는 편이라서 읽기 편했다. 사건이 주어지고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걸어가는 소설이었다. SF라는 장르에 벽을 느끼는 사람들도 접하기에 어렵지 않는 소프트한 장르라고 느꼈는데 복제인간의 존재 자체가 벽일 수도 있으려나?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는 '독서'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길지 않은 분량과 흥미로운 주제는 꼭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어도 읽기 쉽다고 생각해서 종종 주변에 추천하곤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다독가들에게는 깊이가 얕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영화도 애매하게 보는 애매필이고 책도 애매하게 읽는 애매가라서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책 한 권 읽어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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