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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Apr 27. 2020

DAY+6 / WAGYU WAGU

 이틀 전부터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귀찮아서 먹으러 못 갔다. (사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는지도) 어제저녁을 걸렀더니 열 시 넘어서는 눈앞에 고기가 둥둥 날아다니더라. 배고픔에 구글맵으로 주변지역의 스테이크를 검색했더니 해변 앞 번화가 끝에 평이 좋은 식당을 찾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정육식당 같은 개념으로 정육점과 식당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매장 안에 진열된 고기 중 원하는 종류와 부위를 선택하고 결제하면 원하는 커스텀대로 구워주는 곳이었다. OMG. 여기야. 내일은 여길 가야 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들었더니 아침 일찍 깼다. 천천히 나갈 준비를 했는데도 오픈 시간인 11시까지 한참 남았다.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아 일단은 집을 나섰다.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볼까 카페를 기웃했지만 40분 후에 만나게 될 목적지인 스테이크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 않아 참았다. (고기에의 의지!)


Australia's Strawberry!

 10분 정도 걸어 식당가 쪽으로 나왔다. 집을 나섰을 때만 해도 구름기가 많았던 하늘이 그새 쨍쨍한 파란 하늘로 바뀌어 있었다. 날씨도 좋군. 점점 쨍해지는 날씨에 기분이 들떠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시간 때우러 마트에 들어갔다. 구경을 하다가 문득 딸기를 한 팩 구입해서 벤치에 앉았다. 외국인의 한국의 딸기 예찬을 종종 들어봤기에 이곳의 딸기는 어떤지 궁금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첫 딸기는 생각보다는 맛있었다. 한국 딸기에 비해서 확실히 더 밍밍하고 신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단맛이 꽤 났다.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 것은 의외로 비주얼. 딸기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 했지만 과일의 생각보다 씨가 도드라져서 환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못 볼 것 같았다. 라즈베리처럼 입 안에서 씨의 식감도 느껴져 낯설었다.

 지나는 사람을 구경하며 벤치에서 딸기를 부지런히 먹다가 겨우 11시가 되었다.



 It's time for steak!

 두근두근. 옛날 미국 틴에이저 영화에 나왔을 것 같은 비주얼의 아이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내뱉은 내 발음이 영 별로였는지 잘 전달되지 않았다. SKIP.

 여러 고기 중에 와규 200그람과 누군가 구글에 극찬한 와규 소시지를 골랐다. 쉬라즈 한 잔도 함께 주문. 대충 50불 정도 나왔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조금 기다린 후에 주문한 고기를 받았다. 겉은 좀 탄 것처럼 보였지만 익힘 정도가 완전 맘에 들었다. 꼬박 참다가 먹은 고기라 그런지 정말 행복한 식사였다. 와인과도 정말 잘 어울렸다.

 월요일 아침에 바닷가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이라니. 호사로구나. /25 FEB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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