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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Apr 27. 2020

DAY+7 / STARBUCKS AU

To Do

 며칠째 메일에 은행에서  메일이 쌓이고 있다. 사전에 등록한 계좌를 활동화시키기 위해 아이디 체크를 해야 하니 얼른 은행을 방문하라는 메일이었다. 방문 은행은 계좌 등록 당시에 선택했는데, 일부러  번째 숙소에서 가까운 지점을 선택했는데도 가기 쉽지 않았다. 실은 게으름에 차일피일 미루던 중이었다. 일주일이 지났으니 더는 미룰  없을  같아 은행 일을 보러 가기로 했다. 대충 40 정도 길을 따라 가면 있는 쇼핑 단지에 있는 지점이었다. 대중교통이 몰려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근처에서는  없었던 스타벅스도 지도에서 보였다. 그래, 스타벅스에 가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 야지. 한국에서 챙겨  무궁화 텀블러도 야무지게 챙겼다.


First Foreign Bank

 오늘 해가 너무 좋아서 인도를 따라 적당한 경사의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아아가 너무 간절해졌다. 얼른 은행 일 보고 커피를 마시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곳에서 아이스 음료를 마시며 앉아 쉬어 야지. 은행에 도착해 들어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일단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섰다. 앞의 동향을 살폈다. 뭔가 갸우뚱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곳을 눈으로 훑다가 눈 마주친 은행 직원에게 웰컴 레터를 보여주며 ‘아이디 체크하러 왔는데 여기 줄 서 있으면 되는 거야?’하고 물으니 친절한 직원이 내 이름을 확인 한 뒤, 소파로 안내했다. 역시 모를 땐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소파에 앉아 어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옆에서 컴퓨터로 그리스인 두 명과 이야기하던 은행 직원이 상담하던 사람들과 인사하고 내 이름을 불렀다. 아이디 체크와 계좌 오픈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제이콥이라며 인사한 직원이 컴퓨터를 만지며 이것저것 질문하고 타이핑했고, 절차에 대해 설명해줬다. 한국에서 창구에서 직원과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도서관의 검색용 컴퓨터처럼 놓인 컴퓨터를 서로 왼쪽과 오른쪽에 두고 마주보고 서서 상담이 이루어졌다. 어색하지만 괜히 친근한 느낌이었다. 체크카드를 금방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주일 정도 뒤에 집에 도착한다 하더라. 카드를 받고 바로 돈을 다 집어넣어 놓고 사용할 작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되나 보다.


STARBUCKS at bondi junction

 은행 일을 마치고 사이렌을 찾아 몇 걸음 걷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우왕좌왕했다. 일단 근처 가게 앞 천막으로 피했다. 휴대폰을 꺼내 지도로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큰 쇼핑몰 안에 있는 매장을 찾았다. 비는 그사이 그쳐버렸다. 톨-아이스드-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텀블러를 내밀었다. 한국과 달리 라벨 시스템은 없었고, 5-6년 전처럼 일회용 컵에 주문 내용을 마킹하며 주문을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스타벅스가 다른 나라처럼 인기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기기 도입이 늦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현금으로 값을 지불했다.

 메뉴 보드에는 4달러로 쓰여 있는데 3.50달러로 계산돼서 잠깐 멈칫했지만, 텀블러 할인이구나 하고 납득. 4달러면 대충 3.500원인데 텀블러 할인받으면 3천 원 정도가 되겠다. 최저 임금과 밥값, 이런저런 물가를 생각해봤을 때 훨씬 싼 값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다. 한국 커피값이 너무 비싼 건 이들처럼 커피가 일상의 자연스러운 필수 음료가 아니라 그런 건가? 근데 한국이 더 커피를 거의 물처럼 소비하지 않나? 물음표가 동동.

 핸드오프에서 음료를 건네던 파트너가 텀블러를 보고 예쁘다며 웃어줬다. 이런 스몰-토크 오래간만이다. 나도 말 건네고 눈 마주치며 웃는 거 좋아했는데. 열흘 만에 마신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맛은 서울이랑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났다. 맛없어. 하하. /26FEB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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