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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Apr 26. 2020

DAY+5 / COWARDLY

눈으로만 보다가 며칠 만에 할 수 있었던 모래 밟기

 새삼스럽게 깨달았는데, 나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바닷가에 온 지 5일 만에 백사장에 비치타월을 깔고 앉아 해를 맞았다. 온 첫날은 피곤을 핑계로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다음날은 겨우 낮에 나와 밥을 먹었다. 그다음 날엔 노을과 밤하늘 별까지 봤고 나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그동안 난 스스로 굉장히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고 별 걱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던 거지. 돌이켜보니 난 눈치가 빠른 겁쟁이인데 눈치껏 요령껏 상황을 잘 견뎌 온 것뿐이다. 생각보다 나는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고 완벽하게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와서 새삼 스스로를 깨닫고는 자기 연민이 들었다. 나는 얼마나 나를 괴롭힌 걸까. /24FEB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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