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지였을 때를 생각하면 번아웃이 올 수가 없어"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셀럽 중에 단 한 번도 번아웃을 겪어본 적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한 방송인은 “내가 거지였을 때를 생각하면 번아웃이 올 수가 없어.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람을 받는 게 너무 감사하니까”라고 했다.
최근 발표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가 342명으로 작기는 하지만 69%의 직장인이 번아웃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30대에서는 75%가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을 경험했다고 하니 내 나이에서는 4명 중 3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번아웃은 인지된 스트레스라는 범주에 속한다. 큰 틀에서 스트레스는 외부 요인에 의해 우리가 겪는 정신적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 또는 번아웃에 대한 설문에는 많은 이들이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한다.
회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나 과중한 업무로 나타나는 번아웃 증상에는 개인에게 부정적 낙인이 생긴다기보다 회사가 좋은 근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나도 번아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평소라면 10분 만에 끝낼 일을 1시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하거나,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어제 나는 한 방송인의 “내가 거지였을 때를 생각하면 번아웃이 올 수가 없어”라는 말을 듣고 내가 학위 과정을 마치고 구직 활동을 하며 느낀 불안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이 당시 내가 job market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어떡하지, 박사를 마친 후 노는 사람이 많다는데 나도 그중 하나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등의 고민이 많았다.
운이 좋게도 지금은 많은 연구진과 협업도 하고 틈틈이 개인 연구도 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연구를 하다 보니 산만해지거나 업무량이 지나치게 몰리는 때가 있지만 박사 학위를 마치며 느꼈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을 떠올려 보면 현재의 나의 상황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은 관점을 조금만 바꿔도 크게 달라진다. 가령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자립이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내 자신이 무척 행복하다고 여겨진다.
뜨거운 돌을 손에 잡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해답은 뜨거운 돌을 내려놓으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뜨거운 돌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한다.
"내려놓는다", "별일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