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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Dec 06. 2022

(책) 최초의 질문

성장의 문화

국뽕 한 그릇...

이번에 포르투갈과의 축구에서도 딱 그 느낌이었지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왠지 국뽕을 맞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국의 산업과 기술은 글자 그대로 황무지에서 출발했다. 1960년 당시 인구 2500만 명 중 1400만 명이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 빈국이 한국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53년에 67달러밖에 안 됐고, 1960년 대 중반에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가는 부국이던 필리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랬던 우리가...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고 하지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외제'라면 무조건 좋은 것인 줄 알기도 했었어요. 어른들이 뭔가 좋은 제품을 보면 '메딩'이라고 했었습니다. 메딩이라는 말이 나중에 알고 보니 Made in USA 나 Made in Japan이라는 의미였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메딩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대부분 Made in Korea인 순간이 왔습니다. 미국에서 사 온 물건 중에도 '좋아 보이는 것'은 Made in Korea 였던 기억이 납니다.


스티브 잡스도 한국의 문제 해결 역량에 감탄한 적이 있다. 
2000 년대 중반 애플 노트북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던 국내 회사가 애플 측 과 협상을 벌이던 때다. 새로운 차원의 소비자 경험을 추구하던 애플이 당시 노트북 화면 비율의 표준이던 4 대 3이 아니라 16 대 9로 생산할 수 있겠느냐는 도전적 질문을 던졌다. 한국 기술자들이 어떤 사람 들인가? 귀국하자마자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한 달도 안 돼 문제를 해결했다. 시제품을 본 잡스가 감동했고 매출이 보상으로 따라왔다.


생각해보면, 한국 같은 작은 나라가, 전쟁을 겪은 빈국이 이렇게 단기간 내에 성장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갑자기 말문이 막히기도 합니다. 더구나 요즘에는 BTS, 오징어 게임 등 음악, 드라마, 영화 콘텐츠로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전에 TV 뉴스에서는 대단하지 않은 소식도 과장 보도했던 경우가 있어서... 뉴스의 보도를 모두 믿을 수는 없었지만... 동남아시아 출장을 갔을 때, 또는 유럽이나 미국 친구들이 한국 배우나 가수에 대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때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를 내는 것과 푸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누군가를 추격하는 것, 누군가가 시작한 일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개선하는 것...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 탁월했지만, 더 이상 추격할 대상이 없거나 새로운 길을 가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폰의 세상을 열어 준, 전화기 하나에 전화+컴퓨터+오디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어떨까... 와 같은 대단한 질문은 아니더라도, 노트북 화면 비율을 16대 9로 생산하면 어떨까... 이런 '최초의 질문'을 던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이 대목에서 어딘가 딱 걸리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 사회에서 질문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릴 때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애들은 '수업 진도를 못 나가게 하는' 아이들로 생각되는 경우가 있었지요.

회사에서도 질문 잘못했다가는 '네가 한번 해봐'로 이어질 수 있어서, 선뜻 질문하게 되지 않았습니다.

콘퍼런스 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 손들고 질문하는 사람들은 '나 이거 알아요'를 보여 주기 위한 질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질문도 아니었죠.


외국에 출장을 가면, 한국 사람들은 질문을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참... 질문도 많더군요.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질문 안 하는 나라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지요... ㅜㅜ)

도대체 왜 이렇게 질문을 안 할까요?


아마도 남들을 빨리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겠지요.

그것도 효율적으로...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야 튀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그러나) 남들도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는 멋있다고 합니다.

한편,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그런데) 끝까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면, 미쳤거나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ㅜㅜ 결국 결과에 따라 그 모든 지난한 과정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 있는 것이지요.


'다른' 과정에 대한 관용을 넘어, '다름'에 대한 추앙? 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 책의 저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같은 일을 오래 한다고 정보가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르게 새롭게 질문하고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축적해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10년을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지, 매번 조금씩 다른 방식과 방향으로 일하는지에 따라 오늘 하루가 스케일업의 시간이 되거나 퇴적의 시간이 될 것이다.


최초의 질문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엄청난 질문이 머릿속에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속적인 향상을 위한 시간과 환경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인도 출신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통찰 로 1998년에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신의 핵심적인 주장은 인간이 많이 소비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가난과 불평등, 차별이 나쁜 이유는 그것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를 제한한다는 데 있다. 가능성이 있는 역량의 스위치를 켜 볼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라의 금고에 아무리 많은 달러와 금을 쌓아 놓아도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으며 행복해지지도 않는다.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


결국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하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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