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즐길 줄 아는 담력 그리고 40대의 템포
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by 제인 수
계속 태양을 떠오르게 하려면 옛날을 그리워하거나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어렴풋한 불안을 느낄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확실히 즐길 줄 아는 담력이 필요하다. 23p
먹고 싶은 것을 사는 데 돈이 부족했던 시절이 그립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었던 시절도 그립다. 결국은 지금 이 시절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늦여름은 나에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을까. p50
지금은 내가 가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함께하려면 시간을 짜내야 한다는 것 또한 안다. 하지만 만나면 그때 그 시절과 다름없는 충만함이 약속되어 있다. 누군가 먼저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 우리는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기술로 작은 행복을 더해갈 것이다. 여자 친구는 유일하게 원금 손실이 없는 재산이다. 71p
서로의 차이를 솔직하게 매력이라고 인정하게 된 것은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란 말이다. 더 어렸다면 질투에 눈이 멀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채였다면, 만날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살아만 있으면 좋은 일은 생겨나는 법이니, 살아 있어 다행이다. 기쁨의 빛은 생각지도 못한 각도에서 쏟아지게 마련이다. 245p
굳이 말하자면 미래에 대비하는 것과 지금을 즐기는 것,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다. 249p
어떻게 하면 자기를 믿을 수 있게 될까 생각해보면, 무엇을 선택하든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고 자기에게 증명해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틀려도 괜찮다. 거기서부터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나온다고 자신을 설득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까지 무사히 살아왔으니 당신은 괜찮은 것이다. 250p
애매하게 두는 것. 그렇게 하면 지금의 나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가 된다. 하루는 그럭저럭 즐겁다. 40대가 되니 좋은 일이 계속 생겨나서 즐거워졌다는 것이 아니다. 먹고 떠들고 또 먹고 마시고 마시게 권하기도 하고, 놀고 일하고 또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간병하고 지치면 멍하니 쉬어본다.
그러니 우리, 괜찮은 거다.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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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이벤트가 없어도, 흑과 백의 논리로 가르마 타야 하는 긴장감이 없어도 그냥 일상의 소소한 모서리에 부딪히지 않게 둥글고 미지근하게 살면서 시간의 템포를 조금 느리게 맞춰가는 시기가 40대가 아닐까...
'우리'라고,
괜찮은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동년배 아줌마와 슬리퍼 끌고 동네 카페에서 수다 떤 느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