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로 보는 쏘카이야기
2008년 하버드 법대 로렌스 레식교수는 공유경제(sharing econmy)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여, 21세기 새로운 소비트렌드의 시작을 알립니다.
같은 해에 공유경제가 낳은 유니콘 에어비앤비(airbnb)가 설립되었으며, 이후 우버(Uber)와 위워크(WeWork)가 승승장구하며 얼마전까지 공유경제는 2010년대를 주도하는 큰 흐름으로써 인정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공유경제는 우리의 소비형태를 바꿔주는 큰 변화임에는 확실하지만, 그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이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공유경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참조-흔들리는 공유기업)
국내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는 쏘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류의 사업은 국내에서는 법적인 문제 등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인데요, 쏘카는 설립 이후 약 2,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으며 사업의 규모를 크게 키워왔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위기와 타다(TADA)의 법률공방 등 이슈로 인해 최근 국내에서는 쏘카의 상태에 대한 언급은 많이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2018년 쏘카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며 공유경제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쏘카의 과거 실적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지난 2017~2018년의 손익계산서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손익만 보면 여러 가지 우려사항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단순히 손익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매출액(영업수익)의 변화입니다. (중고차 판매나 기타수익은 제외)
매년 약 300억원 정도 성장하고 있으므로 준수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 성장률로 보면 74% -> 40% -> 26%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지 않은 추세인데요, 2019년의 실적이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쏘카의 비용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차량유지비이며, 매출액의 증가와 유사하게 증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변동비'라고 합니다.
차량유지비가 무엇일까요? 쏘카는 일반 렌터카와는 달리 유류비를 쏘카가 직접 부담하고 있으며, 거리에 비례한 사용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차량유지비의 상당 부분은 유류비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러한 차량유지비가 렌터카수입대비 약 60%정도가 발생합니다. 즉, 렌터카수입이 10,000원이라면 6,000원 정도는 기름값 등에 사용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퀴즈.
2018년 영업손실이 331억원인데요, 손익분기점(영업손실이 없어지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매출액이 필요할까요?
제 정답은 최소 2,500억원입니다.
2018년 전체 매출액이 1,594억원인데요, 이 회사의 변동비를 고려할 때 최소 1,000억원은 더 나와야 400억원정도의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손실이 331억원이지만 차량유지비외에도 이런저런 비용들이 많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매출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가 전체적으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저는 한 3,000억원이상의 매출은 찍어야 영업이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최근 3년간 추세에서 본 것처럼 연간 300억원의 매출이 증가한다면.. 매출 3천억원이 되는데 몇년 걸릴까요? 5년 걸릴 것입니다. 너무 늦어요.
2018년 말 현재 쏘카가 보유한 유형자산(대부분 차량)은 약 1,550억원입니다. 그리고 2018년 렌터카매출액은 1,370억원입니다. 즉 유형자산 대비 매출액은 88%입니다. 문제는 이 비율이 2017년에는 111%였습니다. 즉 투자한 금액 대비 효율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회사는 성장을 위해 신규 차량을 계속 구매하고, site도 늘려 가야하지만 차량의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영업손실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쏘카의 어려운 점들을 많이 말씀드렸는데요. 재무상태표와 함께 보며 2018년말 현재의 상태는 어떠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마 쏘카의 재무제표를 보는 많은 분들의 가장 킁 궁금증일 것 같습니다. 지금 상태로 얼마나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요? 저는 보유 현금과 현금흐름표를 통해 유추합니다.
일단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약 80억원입니다. 기업의 규모에 비하면 적죠. 그리고 아래 현금흐름표를 보시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1년동안 영업해서 벌어들인 Cash)가 -742억원입니다. 장사해서 1년에 현금을 742억원이나 까먹다니.. 놀랍죠.
하지만 특이한 건 그 영업활동현금흐름안에 차량의 취득금액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취득, 처분금액은 투자활동으로 분류합니다)
요약하자면, 쏘카의 2018년 영업활동으로 인해 현금흐름은 742억원이 유출(손실)된 것으로 보이나. 그 안에는 차량을 취득(처분)한 금액 707억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영향을 제외하면 742-707 = 35억원이 유출입니다. 즉 순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은 크지 않습니다.
자동차만 안사면 일단은 버틸만하다는 뜻이고요. 실제로는 2019년 1월에 400억원을 추가로 유상증자하며 현금이 몹시 부족한 상황은 피하게 되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면 그 회사가 가진 것. 그리고 집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쏘카는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자금을 자동차를 확보하는 데 사용합니다. 그리고 타다(VCNC)와 말레이시아 법인 등에도 투자합니다.
쏘카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돈을 제일 많이 쓰는 곳에 핵심역량이 있습니다. 하지만 쏘카가 가진 자동차는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라 핵심역량이라 볼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쏘카의 핵심역량은 공유경제를 위한 기술력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있을 것입니다.
손익계산서를 보면 총급여가 2017년 91억원에서 2018년 137억원으로 상당히 증가하는 데요, 신기한 것은 2017년말 임직원수는 271명에서 2018년에 289명으로 조금밖에 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당 평균급여가 약 33백만원에서 47백만원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급인력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쏘카는 스타트업 중에서는 부채가 많은 편입니다. 특히 위험한 것은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인데요, 유동부채의 총액이 717억원인데,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될 자산)이 361억원입니다. 2019년 1월에 400억원을 조달했다고는 하지만 여차하면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비유동부채로 계산된 996억원의 부채도 매년마다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렌터카 사업은 큰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국내 렌터카 대기업인 롯데렌탈이나 AJ렌터카와 같은 기업들도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4~5%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장기렌트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며 차량의 가동률 걱정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쏘카는 초단기렌터카 영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업종 특성상 손익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며, 예상했던 만큼의 가동률이 나오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보기 쉬운 업종입니다.
쏘카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러한 부분들을 인지하고, 수익모델에 대해 매우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그들의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건은 2019년 실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매출액이 성장해야 하는데, 경쟁상황 때문에 가격을 높일 수도 없고, 투자한 자동차 값이 크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결국 변수는 가동률 밖에 없습니다.
쏘카는 자동차의 가동률이 확 높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1~2년 내 반등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작성 : 파인드어스 이재용 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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