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고'를 외친 직방의 재무제표 읽기
프롭테크(PropTech)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단어로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프롭테크 기업들의 투자 소식이 매우 핫한 뉴스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프롭테크의 대표주자가 누구일까요?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국내에도 상당히 많은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만, 선두를 달리는 업체는 바로 '야놀자'와 '직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놀자는 이미 올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으로 등극했고, 그다음 후보로 지목받는 곳이 직방입니다.
직방의 목표는 단순히 유니콘 수준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이용자 기준 약 3배 성장하여 3조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요.
https://paxnetnews.com/articles/50037
이를 봤을 때 대한민국에서는 사람들이 궁금한 게 있을 때 네이버를 찾는 것처럼,
그것이 가능한 목표일까요? 오늘은 직방의 재무제표를 통해 그 자신감의 근거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직방의 과거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손익계산서를 열어봤는데요, 보통은 2~3년 기간의 손익계산서를 보는데 직방은 4개년치 손익을 봐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3년간은 회사의 실적이 너무 '준수'해서 변곡점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번 보시지요
영업비용의 상세 항목이 표시되지 않은 재무제표이지만(주석을 통해 확인 가능) 저는 이 손익계산서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범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가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성실함, 배운 것을 그대로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모습, 예측 가능한 성적과 안정성 같은 이미지 아닐까요? 저는 직방의 과거에서 그런 이미지를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회사는 매출액(영업수익) 기준으로 볼 때 2016년에 약 128% 성장한 이후 2017년에 25%, 그리고 2018년에 20% 성장을 합니다. 성장폭이 점차 감소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9년차가 된 회사에게 20%대의 성장률은 준수하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2015년 중에 약 400억원대의 투자를 받는데요, 이상적이게도 2016년에 매출이 급증하면서 이익이 나기 시작합니다.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이익이 나고 있다? 라는 것은 진짜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게 어떤 의미냐면 회사는 계속 크고 있는데 외부자금이 딱히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혹시 벤처캐피탈(VC)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어떤 곳인지 아시나요?
그건 바로 '우리 돈이 필요하지 않은 회사'라고 합니다. 상상해보세요. 망할 확률이 낮은 회사인데 1년에 막 20~30%씩 성장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별로 급한 게 없죠 돈이 있으니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빨리 더 투자하고 싶어서 안달나게 됩니다. 엄청 매력 있어 보이는 거죠.
아래 영업비용 항목들을 보시면 아실 수 있는데요, 프롭테크 기업답게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2018년 기준 매출액의 약 15%인 61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하는데요, 고객들에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부동산 정보를 표시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러한 연구비들이 쌓여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직방은 지금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인 회사가 아닙니다. 어떻게든 빨리 성장을 해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사는 매출이 늘어서 자금이 들어오면,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자금을 광고에 씁니다. (전지현을 투입한 마켓컬리보다 거의 90억원을 더 씁니다) 일단 그렇게 파이를 키우고 나서 확고한 시장지배자가 되면, 그때는 광고비 지출을 줄여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계획이겠지요.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거의 정석에 가까운 운영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기업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려면 재무상태표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위에서 과거가 그렇게 좋다고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과거가 좋으면 현재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아래를 통해 현재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2018년말 기준 총 자산 528억 중 현금이 202억원입니다. 거기다 2019년 중에는 약 1,600억원 수준의 투자유치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업으로 지속적으로 현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을 가정하면.. 지금 어딘가에 쏠 수 있는 총알 약 2천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해보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본진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서 많은 미네랄(자금)을 모은 유저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1) 확장기지(멀티)를 가져간다 2) 병력을 모아 적진에 쳐들어간다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직방은 이중에 1)을 선택합니다. 2018년에 호갱노노(아파트실거래가), 2019년에 우주(셰어하우스 운영) 및 네모(사무실,상가정보 제공) 를 연이어 인수하며 프롭테크 맵에서 자신의 기지를 확장합니다.
이렇게 잘 나가는 기업에게 왜 도박을 비유하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직방을 생각하다보니 자꾸 제 머릿속에 고스톱의 상황이 그려집니다. 그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직방은 설립 후 지금까지 잘 성장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 이익이 났죠.
만약에 직방의 창업자가 위험회피자라면 거기서 Stop을 외쳐도 됩니다. 2017년부터 광고비를 줄였다면 아마 안정적으로 수십억씩 이익이 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요.
하지만 자금은 충분했고 성장세도 높았습니다. 그림이 그려지죠 '더 커져도 되겠다.' 그래서 직방의 경영진은 Go를 외칩니다. 광고선전비를 쏟아부어 매출 볼륨을 키웁니다.
2017년 원고! 2018년 투고! 를 외칩니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점수를 획득합니다.
고스톱을 쳐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투고와 쓰리고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쓰리고는 무려 두배의 점수를 얻지만, 고박(패배)의 위험이 훨씬 높아집니다.
투자자로부터 1,600억원을 받습니다. 흔히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을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만
투자금은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수익률을 기대하며 투자를 했고, 투자받은 기업은 그 돈으로 어딘가에 배팅해야 합니다. 그 시작으로 우주와 네모를 인수했고요, 아직 돈은 많이 남았을 것입니다. 그것으로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능력 있는 사람을 뽑거나, 마케팅에 더 쏟아붓거나 등의 선택을 하겠지요.
기업이 큰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큰 성공의 기회이기도 하고 큰 실패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만일 호갱노노, 우주, 네모가 예상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몸 값비싼 임직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었는데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커진 몸은 전진하는 힘이 세지지만, 넘어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실제로 저는 거의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던 회사가 1천억~2천억원의 투자 의사결정에 실패하여, 기업 자체가 휘청거리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엄청난 자금은 그렇게 기업에게 양날의 검이 됩니다.
이런 상황이 쓰리고를 외친 고스톱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투자한 여러 업체들이 서로 간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계획대로 성장한다면 유니콘을 넘어 기업가치 2~3조원을 바라보게 될 것이며, 동생 회사들의 계획이 모두 실패하여 형님의 발목을 붙잡는 상황이 된다면,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행인 것은 직방에게는 안정적인 본진(직방의 비즈니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직방이 가는 길의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입니다.
직방의 재무제표는 모범생과 같다고 말씀드렸죠. 워낙 착실해서 숫자로는 크게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직방의 미래에는 숫자보다는 우스갯소리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요약하겠습니다.
1. 직방의 재무제표는 현재까지 성장전략과 자금운용 측면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2. 현재까지의 흐름으로는 외부자금 없이 자체 현금흐름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3. 그러나 2019년 직방은 약 1,600억원의 투자유치를 하였으며, 다양한 프롭테크 기업들을 인수하며 큰 성장을 향한 Go를 외칩니다.
4. 공격적인 투자는 큰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이기도 하지만, 큰 실패로 이어지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5. 호갱노노, 네모, 우주 등 향후 투자하는 기업들의 향방을 잘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작성 : 파인드어스 이재용 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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