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스타트업에서 해고된 경험)
1. 주니어 시절, 저는 대기업을 거쳐 IT기업에서 채용, 평가/보상, 노무, 조직문화 등 HR 전반을 경험하고 나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의 수습기간 도중에 수습종료 통보를 받게 됩니다. 네, 짤렸습니다. 구성원들과 일상적 대화 속에서 경솔한 발언들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 그 때까지 저는 회사를 적으로 돌려야 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사팀은 직원 편을 들어야 그들에게 환영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또한 일개 근로자라는걸 어필해야 유대감이 쌓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살았던 세상에서는 그랬어요. 그리고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제 커리어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원 팀(One team)'의 범주에는 경영자/회사도 포함이더라고요. 그들은 자기 자신들이 곧 회사 그 자체이고, 본인의 성장 과정이 곧 회사의 성장 과정이더라고요. 회사를 적으로 돌리는 건,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3. 돌이켜보면 그 당시 저는 너무나 오만하고 교만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나의 성공 방정식만이 모든 문제를 푸는 만능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최 그럴 수가 없을진대, 대체 그 때의 저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참 어리고 미숙했습니다.) 나와 다른 세계, 나와 다른 관점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조차를 못했습니다. 세상이 이토록 다양한데, 몰랐어요. 그냥... 그런 어떤 관료주의적 회사들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4. 제가 꿈꾸는 '인지 다양성을 추구하고 포용하는 조직', '모두의 관점/경험/통찰/사고가 존중받는 조직'은 그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겸손함'을 갖추고 있을 때 펼쳐질 겁니다. 그리고 이 겸손함은 크게 2가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I may be wrong)』을 강력 추천 드립니다)
2)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하기 (개방성)
5. 실리콘밸리식 팀장 수업을 전하는 책 『팀장의 탄생』 (줄리 주오 지음)의 한 구절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이런 사람은 아니었나 반성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p107-108. 팀에서 절대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
세상에는 타인을 업신여기면서도 독보적인 능력으로 영웅 대접을 받는 '나 홀로 능력자'들에 대한 환상이 존재한다. 아무리 잘났어도 팀원으로 두기 싫은 부류다. 이들은 팀의 역량에 곱셈 효과가 아니라 나눗셈 효과를 일으킨다. 그 존재만으로 나머지 팀원들의 역량을 깎아먹는다.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서튼 교수가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이런 현상을 꼬집었다. 그가 정의하는 또라이는 타인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거나 약자를 괴롭히는 인간이다. '남들은 다 등신인 줄 아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