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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Apr 02. 2024

대한민국 HR실무에서 가장 비싸게 부과되는 항목

장애인고용부담금

1. 각종 인사 운영실무를 익혀가던 주니어 시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매년 1월이면 돌아왔던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입니다. 공단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데, 금액이 너무 커서 눈을 씻고 몇 번이고 다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맞아?


2. 당시 제가 있던 기업의 인원 규모는 300명 남짓이었고, 전 직원 대상 복지포인트 지급액이 연간 4억 가량이었는데, 장애인고용부담금이 1~2억에 달했습니다. 매년 억 원 단위로 납부하면서도, 그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손 놓고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것에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3. 당시 알고 있던 제일 비싼 과태료 '직장 어린이집 미설치' 500만원이 싸다고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당시 회사는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고 벌금 내면서 꽤 오래 버텼습니다.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과태료 300만원 역시 푼돈 같아 보였습니다. 내가 고작 이 돈 아끼자고 손가락마다 색색깔 볼펜을 끼고서, 하지도 않은 교육의 참석자 명부를 가짜로 사인하고 있나 싶었습니다. 


4. 인사노무업무 관련 각종 과태료, 벌금은 대부분 최대 2,000만원 이하입니다. 직장내괴롭힘(1,2차를 거쳐 3차 적발 시 기준 1,000만원), 휴게시설 미설치(1,500만원), 최저임금 위반(2,000만원) 등 아주 굵직한 사유일 때 그나마 이 정도이고, 커봤자 300만원 또는 500만원입니다. 대부분의 과태료(4대보험 신고 누락, 취업규칙/임금대장 미작성 또는 일부 미기재, 변경신고 누락 등)는 몇십만원~1백만원대에 불과하며, 최초에는 시정지시로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5. 장애인고용은 이처럼 '과태료/벌금' 부과사항이 아니고 '부담금'이다 보니, 그 존재와 위엄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금액 규모를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당시 회사에 유일했던 장애를 가진 책임님께서 퇴사하신다고 할 때는 어찌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지. 몇 날 며칠 찾아가서 마음을 돌리고자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6. 신경 쓸 것도 많고, 딱 봐도 인력운영/인재관리에 가시밭길 펼쳐질게 뻔한데 장애인 채용을 왜 해야해? 라고 묻는 대표님이 계시다면 우리 회사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모의계산하여 보여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쟁력 제고로는 설득되지 않다가, 숫자를 보면 흠칫 하실지도 모릅니다.


덧) 이미지는 Canva의 Magic Media(AI드로잉) 기술을 활용하였고, 본 포스팅의 제목을 넣었더니 이와 같이 만들어 주었는데요. '장애'하면 '휠체어'가 가장 직관적이니 이렇게 그림이 나온 것 같은데, 뭔가 우리의 아주 공고한 편견과 편협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저라고 딱히 별다르게 표현할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장애도 생각보다 다양(?)하고 그 범위가 매우 넓더라고요. 보건복지부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르면, 우선 크게 1)신체적 장애, 2)정신적 장애로 나뉘고, 1) 신체적 장애는 1-1)외부 신체기능, 1-2)내부기관, 2)정신적 장애는 2-1) 발달장애, 2-2)정신장애로 나뉘어요.이를 종합하여 장애등급으로 보면 중증(1~3급)/경증(4~6급)으로 분류되어요.


위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제가 재직했던 기업의 책임님께서는 '극도로 낮은 시력'으로 인해 장애판정(경증, 6급)을 받으셔서, 이 장애인고용부담금 업무를 하기 전까지는 이 분께서 장애를 가지고 계신지 전혀 몰랐어요. 일단 장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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