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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Apr 02. 2024

HRM 담당자가 HRD에 관심을 가지면서 느끼는 잡상

1. 그리 긴 경력은 아니지만, HR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로 HRM 영역만을 담당해 왔습니다. 직무/직급/역량 등 HR Platform(HR Infra, HR Backbone)으로 시작하여 평가/보상/승진 등 HR Program, 공채/수시/인턴 등 다양한 채용 기획 및 운영, 한노/민노 양대노총을 모두 경험했고 & 정기감독도 모자라 업계 특별 근로감독까지 소화하며 혹독하게 겪어냈던 노무까지.


2. 어쩌다 DEI에 관심을 갖게 되어 요즘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HRD 영역에 대해 기웃거리고 있는데요. 몰랐던 영역을 공부하고 탐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참 재미있습니다. HRD의 3대 영역은 1)개인개발(Employee Development, Individual Development, 또는 Training&Development), 2)조직개발(Organization Development), 3)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로 이뤄지더군요.


3. HRM 담당자이던 시절, 선배에게 가장 먼저 들었던 얘기는 '사람 믿지 마. 늘 저의를 의심해'였습니다. Y이론보다는 X이론이 합당하다 여겼습니다. 제도가 구성원의 인식과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형화(isomophism)를 신봉했습니다. 한정된 자원 활용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명목 하에 차등과 차별이 지상과제로 부상했고, 이를 위한 서열화와 그룹화가 익숙했습니다. 그러다가 HRD를 공부해 보니, HRD는 HRM과 달리 불리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HRM과 같이 조직의 성과 향상을 목표로 하나, HRD는 인본주의에 기초하는 것 같았습니다.


4. 제가 매달 받아보는 '윤소정의 생각구독' 이번 3월호에서는 기획자 윤소정님께서 도쿄 비즈니스 트립을 다녀와서 인사이트를 나눠주셨는데요. 현재 도쿄는 '인본주의'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합니다. 저성장 시대를 오래 겪은 일본은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단순하고 오래된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추세라고요. 그러니까... 저마다의 '행복'을 얘기하고 있다고요. 고도성장 경험이 없는 현재의 MZ들은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를 탐구하고, 각자가 행복해지는 방식을 설명하고, 그것으로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모인다고요. 그러네요... 성공, 성장 그 다음은 당연히 행복이겠네요. 한국도 이렇게 되려나요?


5. 저는 이미 우리 HR의 변화도 이런 흐름과 일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과사정형 평가가 원온원 기반의 수시/상시 성과관리로 바뀌는 것도, 연공서열형 직급에서 역할중심형 직급으로 변하는 것도, 2030 중심의 MZ노조가 생기는 것도, 스타트업/대기업 할 것 없이 컬처덱을 작성하고 자기만의 조직문화를 알리는 것도... 크게 보면 생존/성공, 압축성장을 넘어 행복으로 가고 있는게 아닐런지.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종류의 행복을 정의/홍보하고, 우리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는게 아닐지. 체계기반 관리주의 인사단계를 지나 직원경험(EX)에 기반한 인사로의 흐름이 결국 이거 아닌지.


6. 여기서 조금 멀리 나가는 생각이긴 하지만... 제도 중심 HR에서 직원경험 중심 HR로 변화를 더 일찍이 겪은 미국/유럽 등 서구사회는 확실히 인사제도 같은 하드 팩터보다는 리더십/조직문화 같은 소프트 팩터에 대한 관심도가 훨씬 높은 것 같습니다. 이미 제도 기획이나 설계는 역량이 실무단에서도 잘 내재화 되어있고, HRBP들도 단순 사업부 파견을 넘어 정말 그 사업부의 HR을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고요.


7. 그러다 보니 HR 컨설팅 수요도 소프트 팩터에 대한 니즈가 많고, 그러다 보니 무형의 문화나 경험을 유형화하여 운영할수 있는 소프트웨어 툴이 대두되면서 HR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떠오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또 무형의 문화나 경험의 요소들을 눈으로 보고싶어서 HR Analytics가 뜨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동시에, 이래서 우리나라는 아직 DEI 확산/안착이 어렵구나 싶기도 해요. 아직 제도중심 관리기반 인사체계가 더 메인인 것 같아서요. 그래도 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순 없기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속도대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되겠거니 생각하기도 합니다.


8. 중구난방 두서없었지만 이 생각 저 생각 꼬리물며 드는 생각들을 적어둬 봅니다. 실제 HRD를 하시는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에 만약 제가 HRD를 정말 하게 된다면 그 때의 저는 또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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