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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Apr 19. 2024

한국에서 DEI가 어려운 이유 (1) 흑백논리적 사고

(하나의 글에는 다 담을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 얼마 전, 외국인 DEI 컨설턴트 분과 링크드인으로 연결되어 구글챗을 했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DE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등 얘기를 나누다가, 그 분께서 '한국에서 DEI가 어려운 이유나 배경'이 무엇인지를 질문하셨습니다. 


2. 저는 한국인의 '모든 것을 이분법화 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대기업 아니면 안 돼, 특목고/SKY 아니면 안 돼, 영어유치원 아니면 안 돼 등등. 그 분께서는 '선호도 편향(Affinity bias)이군요. 우리는 우리와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편안하니까요. 흔한 현상이죠.' 라고 하셨습니다.



3. 제 영어가 부족했던 탓에 미처 제 의도를 다 전달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우리나라의 이런 현상이 선호도 편향(친밀감 편향, 유사성 편향)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국인의 신념이나 태도는 단순히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정신적 지름길, 특정한 그룹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흑백논리적 사고, 그러니까 사고/판단 방식 그 자체이자 경향성입니다. 


4. 한국인의 이분법적/흑백논리적 사고는 고정관념이나 군중심리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에서 기인했습니다. 우리는 멸공을 외치며 상대방이 빨갱이인지 아닌지 사상검증을 하면서 급성장을 이룩해왔습니다. 공동의 적을 필두로 함으로써 내부 사람들끼리는 똘똘 뭉치고 빠르게 클 수 있는 응집력 생겼던 것이며, 이것이 곧 고속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5. 이렇게 탄생한 흑백논리적 사고는 특히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 사고'로 발전하였으며, 한국 내 상호비교 문화 및 다양한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강화되었습니다. 

1) 학업적 압력: 학업적 성취가 개인의 가치와 직결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편

2) 직업적 압력: 사회적 지위 및 경제적 안정성에 대한 압력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체면문화와도 연관됨

3) 결혼 및 가족 관련 압력: 특히, 일정 나이 이후에는 결혼 및 가족을 이뤄야 한다는 압력이 커짐


오죽하면 우리는 '사무직'만 '일하는 사람'이라고 취급할까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하는 사람'으로 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화이트칼라가 아니면 인생을 대충 산 사람으로 취급하고, 아르바이트생도 '돈을 버는,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백수'로 여깁니다.



6. 뿐만 아니라 집단주의적인 문화와 관계중심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개인의 선택/행동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승인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업준비 커뮤니티에서는 'A회사, B회사 붙었는데 어디로 갈까요?'하는 질문을 종종 목격하게 되며,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상황인데, 이직 할까요 말까요?', '번아웃 왔는데 잠깐 쉬어도 될까요?' 등의 질문이 올라옵니다. 이러한 사회적 승인의 중요성 또한 흑백논리적 사고를 강화하게 됩니다. 

(흐름을 정리하면,

한국전쟁/고속성장 등 역사적 정치적 배경 → 흑백논리적 사고가 주류가 됨 → 성공/실패의 이분법적 사고로 발전 → 상호비교 문화, 다양한 사회적 압력, 사회적 승인의 중요성으로 인해 강화됨)



7. 이러한 흑백논리적 사고 극복을 위해서는 양 측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개인: 대상을 볼 때 '점이 아닌 선으로', '선을 넘어 면으로' 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A=100, B=50 이런 식의 1:1매칭/dotting되는 표(table) 형식이라기 보다는, A는 20부터 80까지, B는  40부터 70까지 범위(range) 형식으로 생각해 보기. 취업=대기업 말고 외국계, 중소기업, 중견기업도 있고 그 외에 스타트업, 창업도 있고 이런 식으로.

2) 사회(기득권): ① O/X 형식의 이분법적 방법론이 쉽고 편하고 익숙할지라도 계속 구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보다 더 큰 거대담론을 제시하고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기. 세대 갈라치기, 남녀 갈라치기, 노노 갈라치기 지양하기. ②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자원으로 보지 않기




덧) 관련하여 영감을 주었던 유튜브 영상들을 공유합니다.


[와이스트릿] 압력밥솥에 들어간 한국인들... 서로에게 스트레스와 압박을 주고 있어요 /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6부)

https://www.youtube.com/watch?v=4BpNK1OrglU


[슈카월드] 집에서 뭘 해야 행복하십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ieNEPDUgz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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