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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Apr 19. 2024

한국에서 DEI를 논의하기 힘든 이유 (2) 형식 치중

1. DEI 및 리더십/조직개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표현하니, 주변의 여러 분들께서 한마디씩 건네십니다. 그 중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얘기는 "HRM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왜? 글쎄? 돈 되는 거 해. 한국에서 그거 돈 안 돼." 였습니다.


2. 돈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차이, 왜 돈이 안 되냐 여쭤보니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1) 한국은 손에 잡히는 것(tangible, visible, feasible)을 좋아한다. 아니, 그런 것들만 인정해 준다. DEI는 결국 '조직문화'인데, 조직문화는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다.

2) 한국은 형식에 집착하는 나라다. 미국은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지고, 그 커뮤니케이션이 아무리 캐주얼하게 이루어지더라도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인정받고 의사결정으로 나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그냥 밥 먹다가 자연스럽게 일 얘기하고, 거기서 결정한 것들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니 soft skill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3. 2)와 관련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기도 한 것 같아요. 우리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보고'라는 절차를 따라야 하고, 그에 맞는 형식을 잘 갖춰야 하는 것 같거든요. 대화가 오가고 판단이 내려지는 장면들을 떠올려 보면, 둥그렇게 앉아 협의를 한다기 보다도, 단방향적이고 일직선상인 느낌이 들어요. 수직적이고 중앙집중형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책임자(책임소재)를 사전에 지정해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보고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든 손 떼고 발 빼고 싶어하는 느낌. 장면을 상상하기만 해도 그래요.


4. 이토록 한국이 형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작용했을 겁니다.

1) 연륜과 예법에 따라 사람들 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관습과 전통

2) 사회적 안정성과 질서 유지 목적

3) 관계지향적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절한 형식과 예의를 준수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등.

이러한 이유들로 한국에서는 형식에 치중하는 경향이 발달했으며, 유연성과 개인의 창의성은 상대적으로 억압되었습니다.


5. 우리의 DNA를 비관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때로 우리는 무언가를 '아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을 품게 되잖아요? 


6. 일상 속 우리를 가로막는 형식은 (그것이 크든 작든) 뭐가 있는지, 이러한 관행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그리고 그 노력이 일회적으로 그치지 않고 연속성을 가져가려면 다른 어떤 추가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지 고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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