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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May 01. 2024

5월 1일, 근로자의 날 (노동절)

이토록 다양한 세상의 근로에 대하여

오늘, 5월 1일은 #근로자의날 입니다.


저는 몰랐는데,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는 날이라고 해요.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한 사건이 시초라고요. 미국은 9월 1일에 이 날을 기념한다고 하네요.


근로자의 날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에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용자와 반대되는 선상에 있으면 해당하는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사기업이나 자영업 점포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기념일이자 휴일인 것입니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에 근로조건이 따로 명시되어 있는 공무원, 교사 등은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근로자'라고 하니, 제 편협했던 '근로'의 범위를 넓혀준 일이 생각납니다.


대학생 시절, 인도 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류시화 시인님과 함께 가는 단체 여행이었고, 열댓 명이 넘었던 당시 일행들 중 제가 막내였는데요. 저는 그 때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근로자'가 있구나 알게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희는 인도 최대 축제 '디왈리 축제(빛 축제)' 시즌에 맞춰 가느라 10월 평일을 꽤 오래 할애해야 했었습니다. 저야 대학생이니 수업 좀 빠지고 가면 된다지만, 대체 직장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휴가를 길게 내고 오는거지? 싶었습니다. 비밀은 바로, 직장인이 아니어서 가능하더라고요. 약사, 티 블렌딩 마스터, 요가 선생님, 카페 사장님, 항해사, 출판사 대표님 등등... 경영학도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오로지 대기업 취직 아니면 회계사 밖에 몰랐던 제게 이 경험은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근로', '노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근로의 유형을 지향하기도, 종사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 사전적으로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의 의미인 반면,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함으로 상대적으로 노동자의 자율적 의사를 반영하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유사한 의미로 통용되고 있기는 합니다.)


요식업 장사를 하다가 회사에 들어온 조직문화 담당자, 군인이시다가 회사에 들어온 CS(고객서비스) 담당자, 복싱과 발렛주차/대리운전을 하다가 회사에 들어온 법무 담당자, 산림 자원 관련 업무를 하다가 회사에 들어와 인사/교육 업무를 하는 분 (이 분께서 등고선 그리던 경험을 살려 보상 시뮬레이터를 3D로 그려주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외국인의 한국 여행 가이드를 하다가 회사에 들어와 리서치 업무를 하시는 분, 등등... 



또 회사 안에도 무궁무진한 '근로'의 종류가 있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취업하기 전에 회사원이라 하면 그저 책상머리 앞에 앉아 컴퓨터만 두들기는 일, 또는 고객을 만나 영업하는 일을 막연하게 상상했는데요. 막상 들어가보니 그 세계는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


용광로 내부 부착물을 세척하는 엔지니어,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경제학자, 게임 내 대륙과 인물의 이름 후보군을 10,000개나 지어내는 세계관 시나리오 작가, 게임 BGM 제작을 위한 작곡가, 차량 모형 제작자, 차량 주행 테스트를 위한 스피드 레이서, 회장님 전용기를 조종하는 항공기 조종사 및 기내 승무원, 보험 사기 방지를 위한 의사/경찰관 등등...  


세상엔 내가 모르는 다양한 '일'이 있고, 내가 모른다고 해서 그 일의 가치가 낮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나의 일이 깊고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일도 깊고 소중합니다.


또한 내가 이해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궤적이라 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여정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고, 각 궤적은 분명히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 미처 몰랐던 어린 시절의 저를 반성하며, 또 새로운 궤적을 그려가고 있는 제 자신을 응원하며, 모든 근로자의 근로를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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