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엄밀한 용어 사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의 틀에 갇히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틀이 될 언어의 운명을 안다면 사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 그래서 언어 사용의 변화 흐름을 보면 흥미로워하고, 새로운 단어를 보면 마구 수집하곤 하는데요. 최근에 듣거나 본 인상깊은 단어들을 공유해 봅니다.
3. 피드백(Feedback)이 아닌 아웃사이트(Outsight): 한동안 항간에서는 피드백이 아니라 피드포워드(Feed-forward)를 외치는 소리들도 있었습니다만, 그것보다도 진일보한 완전히 다른 단어를 제시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컬처덱을 만드는 회사 애프터모멘트의 대표 박창선 님입니다.
4. 대표, 팀장, 팀원 우리 모두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기에 서로의 시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피드백이 아닌 '아웃사이트(시각)'라고 부르기로 하셨다고요.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주고 받자는, 나부터 먼저 피드백을 구하고 겸허히 듣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글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5. 컬쳐핏(Culture-fit)이 아닌 컬쳐애드(Culture-add) 또는 가치핏(Value-fit): 스타트업을 위한 채용 브랜딩 전략과 조직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누틸드의 고용주 브랜드 스터디 자료를 보고 배운 단어입니다. 한동안 스타트업이라면 모두가 부르짖었던 컬처핏 면접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6. 다양성이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꼭 맞는 사람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우르고 더해지면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뜻이 아닐까요. 혹은 문화적으로 다양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만큼은 동일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 또한 정말 뾰족한 단어 선택이기에 처음 보고 희열을 느꼈습니다.
7. 체어맨(Chariman)이 아닌 체어(Chair): 2021년 포드와 GM등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사회 의장의 명칭을 성중립적으로 변경했습니다. GM 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메리 배라는 2014년부터 해당 직책에 보임하였으나 이 때까지 체어맨으로 불려야 했었죠. 해외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인지, 현대자동차도 어느 순간부터 정의선 회장을 Chairman이 아닌 Executive Chair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8. 저도 전 직장에서 보다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9. 당시 저희 회사는 매번 인사발령을 띄울 때면, 해당 글 제목을 '인사발령 통보'라고 기재했습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했던 저는 이 '통보'라는 단어의 어감이 너무도 고압적, 일방적이고 다소 폭력적이기까지 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를 사용해온 회사가 굉장히 관성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익명 채널을 통해 적극 건의했고, 어느 순간부터 회사는 '인사발령 공지' 또는 단순 '인사발령'으로 제목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10. 뿐만 아니라 인사팀으로서 '모성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요. 전면적인 매뉴얼 제작을 담당할 당시, 이 단어가 회사의 수많은 '아버지'들을 소외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회사의 주요 구성원인 남직원들이 출산휴가도, 육아휴직도 편하게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아니, 관련 제도를 쉽게 검색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에 저는 모성보호라는 단어를 '일가정양립'이라는 단어로 의도적으로 대체하여 사용했습니다.
11. 일상생활에서도 언어 사용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구성원을 상대하는 HR 업무에서는 특히나 더 직급 호칭, 제도 명칭, 안내 매뉴얼, 유선 안내, 피드백 1on1 대화 등 어느 하나 조심하지 않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