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늘 만나는 사람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유유히 사라져 간다.
그런데 가끔, 낯선 이방인이 나타날 때가 있다.
퇴근길, 한 청년이 앞서 가고 있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전거에 진심이다.
로드형의 얇은 자전거 바퀴에 어울리게 입은 져지와 바지는 멋을 꽤 냈다.
무엇보다 자전거 타기에 멋을 중요하게 여긴 티가 여기저기에 묻어난다. 멋있다.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간다. 속도를 내지 않기에 속도를 올려 제치고 나간다.
여기는 자전거길, 앞에 신호가 빨간색이다.
신호를 기다리는 데 그 자전거가 와서 같이 신호를 기다렸다.
쓱~한 번 눈길을 줘 본다.
젊은 청년이다.
굵은 허벅지와 자신감이 확 티가 난다.
나 같은 아저씨는 쉽게 제칠 수 있다는 태도가 느껴진다. 물론 순전히 혼자 생각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까 추월당한 것이 저 청년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신호가 바뀌었다.
동시에 출발한다. 먼저 청년이 앞서 나간다.
자전거 바퀴가 굵은 내가 불리한 레이스이지만 출퇴근 생활 자전거 타기의 진수를 보여줄 차례다. 다리에 힘을 준다. 매일 다니는 길이다. 질 수는 없다.
저 청년은 아까 내가 제치고 갔는 걸 의식하는지 속도를 무지 낸다.
'그렇게 쉽게는 안되지!'
거리를 좁히며 따라간다. 속도계는 30km를 넘는다. 오랜만에 속도를 최고로 올린다.
아직까지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근육아 버텨다오. 아저씨의 저력을 보여주자.'
나를 의식하는지 저 친구도 열심히다.
다리에 좀 더 부하를 준다. 거의 다 따라잡았다.
직선구간이 끝나고 오르막길이다.
기어 변속을 조금만 한다. 기회를 노린다.
'이때다! 기회는 지금!'
오르막길에서 기어 변속을 실패한 모양이다. 속도가 확 떨어진다.
이때다 싶어 추월한다.
'우하하하~'
막판 역전승이다. 물론 코스도 결승점도 내가 설정한 것이다. ㅎㅎ
아저씨의 위력을 보여줬다. 오르막에서 따돌리고 내리막으로 접어드니 청년은 다른 길로 진로를 돌린다.
이겼다!
흐뭇한 기분으로 하천길을 따라가는 데
'어라?'
건너편에 그 친구가 보인다.
사실, 아까 다른 길은 건너편 길과 연결되어 있다.
나를 의식했는지 속도를 미친 듯이 낸다.
나도 덩달아 다시 속도를 올린다.
근데, 허벅지 에너지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온다. 뻐근하다.
조금만 더 버티고 싶은데 몸과 맘이 따로다. 숨도 찬다.
'그래, 너도 한 번 이겨봐라! 난 포기하련다.'
따라갈 수 없으니 패자의 자기 합리화가 된다. 내가 진 게 절대로 아니다. 내가 봐준 거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마 저 친구는 복수를 완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식 레이스에서는 오르막에서 내가 이겼다.
굳이 따지자면 1승 1패다.
아무도 모르게, 심지어 상대도 모르는 자전거 레이싱이 끝났다.
오래간만에 무리했는지 허벅지가 뻐근하긴 하지만 재밌다. 아마도 그 친구도 레이싱을 즐겼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