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소비를 줄였다.
뭐, 돈이 없어서 뭘 사지를 못했다는 말이 정답이다. 소비를 줄이니 세상이 좀 달리 보였고 생활패턴도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요리 실력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외식을 하려고 해도 워낙 물가가 높으니 한 끼 사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다들 그렇게 느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요즘은 예전보다 레시피라던지 각종 소스류가 발달하여 비교적 쉽게 맛을 낼 수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미원으로 대표되는 조미료는 한 때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몰렸다가 다시마에서 뽑아낸 글루타민산이 주원료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누명을 벗은 셈이다. 거기에다 다양한 맛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소스류가 많이 출시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밀키트 등을 찾아 조리해 먹는 것도 일조를 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던 요리 실력이 늘고 재료를 사다 조리를 해 먹는 것이 좀 더 싸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외식은 줄어들고 집밥이 늘어났다. 이것도 습관이 되니 괜찮은 것 같았다.
돈이 궁하다 보니 먹을 것을 중요시하는 우리 식구들의 특성상, 엥겔지수가 높아졌고 다른 소비는 줄였다.
소비를 줄이니 쇼핑을 하느라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적어졌고 무엇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소비를 좀 했다.
큰 것은 아닌데 필요한 물건이 있어 몇 개를 구매하다 보니 사라졌던 생기가 나타났다.
물건을 사려면 필요한 거머색과 집중력이 다시금 솟아나는 모양을 보니 소비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소비할 때의 나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으니 소비에 휘말리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소비를 통해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내가 사는 세상은 물질주의와 소비주의, 자본주의인 세상인데 나라고 별 수가 있지는 않다. 다만, 조절을 잘해야 할 듯하다.